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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중심 경제구조 한계… 고부가 서비스로 혁신 필요
FTA 개방협정 활용… 인력·금융조달 체계 등 대대적 정비·육성을
中·日등 대규모 시장 인접… 인적 자원수준 매우 높아 한국 잠재력 무궁무진 '유럽의 마지막 황야'로 불리는 스웨덴 북부의 라프란드. 이곳의 설원과 강은 개썰매를 타고 래프팅을 즐기려는 전세계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스웨덴은 철강과 자동차ㆍ기계 등 기간산업이 전체 부가가치의 50%를 차지하는 제조국가였다. 지금은 다르다. 2008년 스웨덴 관광산업은 141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해 철강산업 수출액인 117억달러를 추월했다. 만들어진 일자리만도 16만개에 이른다. 스웨덴 정부가 중점 추진한 관광육성책의 결과다. 서비스산업의 저력을 일찌감치 간파한 스웨덴 정부는 '북유럽의 변두리'라는 지리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광에 팔을 걷어붙였다. 황무지였던 라프란드는 현재 태초의 자연이 펼쳐진 매혹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제조 분야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이 서비스산업을 국가경제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홍콩이 대표적이다. 홍콩은 지적재산권을 비롯해 디자인, PR, 정보기술(IT) 인프라 등 강력한 사업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단적인 예가 올 9월 총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홍콩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발표한 구글이다. 일본의 모바일ㆍ인터넷 기업 NTT컴아시아도 30억달러를 투자해 2013년 홍콩에 데이터센터를 열 계획이다. 홍콩은 2009년 사업서비스 분야에서만 3조3,000억원을 수출하며 8,86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분야 고용자는 45만7,800명으로 전체의 13.1%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어젖힌 우리나라 역시 '무역 2조달러, 국민소득 4만달러'의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무역 1조달러 시대 이후 한계에 봉착한 제조상품 중심의 경제구조를 혁신할 미래 성장산업이 바로 서비스산업이라는 것이다. 끊어진 수출-내수를 이을 묘책으로도 서비스 수출이 꼽히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현재 국내 10대 주력 수출품목은 100% 중국이 투자해 쫓아오는 분야"라며 "선진국들은 대개 의료나 게임ㆍ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등 산업구조가 다양한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데 유리하다. 무역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금액을 수출했을 때 제조업이 만드는 부가가치는 55%지만 서비스산업은 58%다. 서비스 수출이 늘면 그만큼 경제성장이 더 된다는 의미다. 외견상 우리나라의 서비스 무역은 1980년 이후 2010년까지 10.1%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국내 서비스 수출액 순위는 2000년 세계 12위였지만 지난해 19위로 떨어졌다. 1990년 이후 서비스 분야의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1,400억달러에 이른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용민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등 대규모 시장이 인접해 있고 인적 자원 수준이 높다"며 "제조업에 준하는 적극적인 지원이 마련될 경우 서비스산업의 경쟁력도 제조업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미래 주요 수출 서비스산업은 금융과 법률ㆍ의료ㆍ전력ㆍ물류ㆍ관광ㆍ문화 등이다. 의료 분야의 경우 이미 대체의료를 포함해 시장이 지난해 약 7,253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미국 위암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5% 수준이지만 국내의 경우 80%에 이를 만큼 의료 경쟁력도 높다. 관광산업도 유망하다. 관광은 10억원당 취업유발 효과가 22.9명으로 산업 평균인 13.4명보다 2배가량 높다. 외화가득률 역시 82.3%에 이르러 제조업(56.3%)이나 산업 전체 평균(67.4%)을 훨씬 웃돈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산업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다. 운송과 사업(회계ㆍ컨설팅 등), 건설은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전체의 77.1%를 차지할 정도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380억달러를 벌어들인 해운은 수출금액 기준으로 반도체와 선박에 이은 3대 수출산업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산업이 보다 많은 경쟁에 노출되고 종사자들이 해외 현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협정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산업별 경쟁력 강화 전략도 필요하지만 전문인력과 금융조달 체계를 먼저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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