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건 가격표가 없네요?" "신제품이라 아직 준비가 안 돼서…."
1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매장에 들어서자 전시제품 앞에 마련된 가격표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정작 매장 직원이 추천해 준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의 가격표는 없었다. 직원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따로 만들어진 '책자'를 보면서 가격을 불렀다. 종로나 명동 등 도심에 위치한 휴대전화 대리점ㆍ판매점들은 대부분 가격표시제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지만, 번화가에서 멀어질수록 그렇지 못한 곳이 많았다.
올 초부터'휴대전화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날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현실이 드러났다. 지경부는 지난달 9~20일 사이 전국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 이행실태 점검조사에서 위반매장 560곳을 적발했다. 점검 대상 4,500여곳 중 이동통신사의 직영점인 대리점은 85곳이었지만, 이통 3사의 휴대전화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은 475곳이 가격표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는 총 점검대상 중 12.6%에 달한다. 판매점은 이동통신사로부터 매장 인테리어나 마케팅 등과 관련해 직접적인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점검하지 않는 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를 강제하기가 힘들다.
위반 매장 중 대다수인 470곳(76%)은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다. '공짜폰'을 내걸고 소비자들을 현혹한 곳도 97곳(15.7%)이었다. 휴대전화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후부터는 요금할인혜택을 기기값 할인인 것처럼 눈속임하는 '공짜폰' 마케팅을 할 수 없다. 실제 판매가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는 출고가를 표기해 더 큰 할인혜택을 주는 것처럼 영업하는 매장도 51곳이었다. 지경부는 적발된 매장에 대해 우선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정권고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판매점들에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라고 설득하기가 힘들다"며 "가격표시제가 투명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가지 긍정적인 모습은 공짜폰 마케팅이 난무했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공짜폰', '0원폰' 등의 광고문구가 다소 없어진 것이다.
통신업계 종사자들은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아직 회의적이다. 한 인터넷 휴대전화 판매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어차피 가격표시를 해 놔도 손님들은 신경을 안 쓰더라", "가격표시가 돼 있는데도 손님들이 위약금 대납 등을 요구한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정부는 휴대전화 출고가와 판매장려금 현실화 같은 보조적인 정책과 수시 점검으로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표시된 가격과 실제 판매가가 다른 사례 등을 소비자단체와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