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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범죄와의 전쟁 1년] 미, 국민에 먼저 정보공개 없이 거래 못해… 유럽선 간접·상황증거만으로도 처벌 가능

■ 해외 '공직자 내부자거래 규정' 어떻게


지난 2004년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국회의원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 대학 교수 논문을 통해 공개되면서다.

당시 앨런. J. 지오브로스키 워싱턴대 교수는 '미국 상원의원들의 비정상적인 수익률'이라는 논문을 통해 상원의원들의 1993~1998년 주가 수익률이 시장수익률보다 12%포인트 높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일반가정(-1.4%)보다 13.4%포인트, 기업내부자의 투자수익률(6%)보다 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2010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상원의원 보좌관들이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을 문제로 제기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의회 관계자들이 자신이 감독하는 업무영역과 관련된 주식을 수백만주 매매한 것을 꼬집었다.

이후 미국은 정치인과 정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내부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기로 했다. 미 의회는 최근 증권거래법과 증권거래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규정(Rule-b5)에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정보이용을 한 거래를 할 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진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신인의무란 정보취득자는 정보를 전달할 때 제공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다. 의원과 공직자는 국민에 대한 신인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는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실 미국의 사법당국은 전통적으로 내부자거래 등 금융범죄에 대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자거래와 증권사기는 최고 형량이 20년에 이른다. 뉴욕법원은 회사 내부정보를 이용한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라즈 라자라트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고 희대의 폰지(투자 사기수법의 하나) 사기꾼 버나드 매도프에 대해서는 징역 150년을 요구한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학계 관계자는 "금융범죄에 대해 엄격한 미국이 기업 내부자뿐 아니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할 수 없도록 처벌 범위를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범죄는 거래 관계가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위법성의 입증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에 선진국들은 상황증거와 간접증거만으로도 금융범죄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마련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국과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도 정보전달행위와 거래추천행위 등을 한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들은 "의원들은 본인이 맡고 있는 상임위와 관련된 법인에 정보를 요구하거나 청문을 할 수가 있고 관련 입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미공개정보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책 설계과정과 입법활동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발설 또는 이용할 수 없게 자본시장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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