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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의 배짱/김인영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1997-04-25 00:00:00
수정
1997.04.25 00:00:00
김인영 기자
잭 웰치 회장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을 16년간 이끌어온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2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샤롯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왜 많은 봉급을 받아야 하는지를 주주들에게 설파했다.『시장의 힘이 경영인의 봉급봉투를 결정합니다. 최고경영자가 봉급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는 시장 원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그의 주장인즉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고 주가를 띄워 주주에게 많은 이익을 남겼기 때문에 자신은 봉급을 많이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웰치 회장의 지난해 봉급은 모두 2천8백20만 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2백50억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노조가 이를 문제삼아 회장 봉급을 1백만 달러로 줄일 것을 주장,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런데 91%의 주주들은 웰치 회장의 변론에 공감, 회장의 봉급을 승인했다. 그는 오너인 주주들에게 고액봉급을 받아야 할 이유를 당당하고 논리정연하게 주장했고 주인들은 전문경영인의 말을 들어 주었다.
미국의 전문경영인들은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다. 어느 금융회사의 전문경영인은 지난해 1억 달러를 넘는 봉급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어려울땐 전문경영인이 직접 나서서 가차없이 인원을 정리한다. 고액 연봉을 받는 만큼 기업경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진다. 역으로 영업 이익을 내지 못한 경영자는 감봉을 감수하고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
국회청문회에서 정태수 한보총회장이 주력기업의 전문경영인을 「머슴」이라고 표현했다.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업 오너의 잘못된 편견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한국 기업 저변에 깔려있는 전문경영인의 모습을 정씨가 가식없이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머슴대하듯 하고 전문경영인도 오너의 전횡을 충심으로 받아들이는게 한보그룹에서만 있는 일인가.
전문경영인의 당당함이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장기호황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전문경영인들이 머슴 수준에서 벗어나는게 우리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와 다시 활력을 얻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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