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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기업들, 이색 채용 방식 봇물

화상채팅 설명회… 길거리 캐스팅… 오디션…

"21세기형 인재 찾아라" 파격 실험

독특한 채용 시스템 입소문…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커

금융권도 '스펙 초월' 가세


바늘구멍마냥 좁은 문을 뚫기 위한 취업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만큼 우수 직원을 뽑기 위해 이색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 분야뿐 아니라 채용 방식에서도 과감하고 파격적인 실험을 모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구직자들에게 기업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채용 시스템이 입소문을 타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구매 효과로 곧장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존재한다. 기존의 평면적인 검증 시스템으로는 발굴하기 힘든 21세기형 인재를 선별해내겠다는 것이 기업들이 속속 이색 채용 풍광을 선보이는 진짜 목적이다.

우선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화상채팅 방식으로 채용 설명회를 열기로 한 회사가 등장했다.

바로 2030세대 사이에서도 '젊은 기업'으로 통하는 CJ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케이블 채널의 풍성한 콘텐츠와 공격적인 영화 사업 등 젊고 싱싱한 이미지로 무장한 기업답게 CJ그룹은 오는 21일 열리는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를 온라인 화상채팅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설명회는 구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그램 '구글플러스' 안의 화상통화 서비스를 통해 열리며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다. 인사 담당자가 채용 분야와 일정, 지원시 유의점 등을 설명하면 이에 대해 구직자들이 실시간으로 질문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채팅 등 SNS에 친숙한 젊은이들의 성향을 반영해 화상채팅 설명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캐스팅과 오디션 등 마치 연예인을 뽑듯 인재를 채용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The H'라는 이름의 '찾아가는 캐스팅' 방식을 채용에 도입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캐스팅, 모임 및 합숙, 선발의 세 단계로 운영된다. 캐스팅 단계에서 인사 담당자들은 캠퍼스와 도서관, 취업 카페 등 대학생들의 일상 공간을 찾아가 유능하고 성실해 보이는 학생을 '섭외'한다.

연예 기획자가 허우대 멀쩡한 젊은이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렇게 캐스팅된 학생들은 약 4개월 동안 술자리와 합숙, 다양한 과제 수행 등을 거쳐 당락이 결정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입사가 확정된 지원자의 정확한 숫자는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스펙이 아닌 능력과 인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 현대차만의 독특한 채용 방식인 만큼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캐스팅 대신 오디션 방식을 도입했다. 2013년부터 시행 중인 '바이킹 챌린지'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전형 지원자는 입사지원서에 이름과 나이 등이 아닌 스펙은 따로 기재할 필요가 없다. 대신 '스토리 심사'를 받기 위한 동영상이나 PPT 등 '자기 PR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스토리 심사를 통과하면 인·적성 검사 없이 곧바로 오디션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 여부가 결정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따로 과제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자유롭게 프레젠테이션(PT)을 펼친다는 점에서 '오디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그동안 전체 채용 인력의 10% 정도를 차지하던 이 전형의 비중을 올해는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예 따로 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육성하는 기업도 있다. '조선 빅(Big)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중공업 사관학교'를 만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중공업 사관학교에서 2년간 실무와 이론을 아우르는 맞춤형 교육을 수료한 인재들은 곧바로 대우조선해양의 실제 현장으로 직행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될성부른 떡잎'을 조기에 인재로 육성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스펙 초월'을 통한 이색 채용 바람은 금융권에도 불고 있다. 우선 현대카드는 지난해 '스페셜 트랙'을 도입해 호텔리어·큐레이터 등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진 경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카드는 선발된 사원을 일방적으로 특정 부서에 배치하는 형태가 아니라 부서가 먼저 사원들에게 업무 특성 등을 홍보해 지원을 받는 '잡셀링(job selling)' 방식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서류 전형 없이 면접과 PT만으로 지난해 정규직 전환형(5개월 근무 후 90% 이상 정규직 전환) 인턴 55명을 채용했다. 이 전형 절차에는 신입직원과 대리·과장 등 직급별 대표직원과 외부전문가가 면접 위원으로 참여했다. 캠코 관계자는 "스펙을 배제한 검증 방식을 실시한 결과 대졸자 전형에서 지방대 학생도 7명이나 뽑혔다"며 "경영학이나 경제학에 국한됐던 전공도 컴퓨터공학·원예생명학·역사교육학 등으로 다양화됐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신입텔러를 채용하면서 고등학교와 전문대 등을 직접 방문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찾아가는 리크루팅'을 실시해 관심을 끌었다. 은행 관계자는 "50명 규모의 텔러 채용을 위해 영업점 인근의 30여개 학교를 돌았다"며 "앞으로도 '찾아가는 리크루팅' 방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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