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리스 렌탈이 되겠나. 또 반환하는 제품은 어떻게 처리하지?"
지난해 4월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신규사업 아이디어로 매트리스 렌탈 서비스를 제안한 한종호 마케팅본부 마케팅전략팀 차장의 보고서를 매몰차게 돌려보냈다.
얼마 후 한 차장은 공급업체가 반환되는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다시 홍 사장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결국 한 차장은 3번째 제안 만에 사업추진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웅진코웨이 본사에서 만난 한 차장은 "3번째 보고를 할 때는 반대에 대한 논리를 전부 다 만들어 놓고 정말 마지막으로 생각했다"면서 "고정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기존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정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밝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도입된 '매트리스 렌탈 서비스'는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2005년 음식물처리기 이후 처음 런칭한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린 것. 지난달까지 이용자가 4만8,000명을 넘어서며 코웨이는 단숨에 매트리스 시장 3위에 올라섰다. 한 차장은 특진의 기쁨도 누렸다.
이 같은 성과는 철저한 사전준비에서 비롯됐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한 차장은 매트리스 시장을 조사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소비자들의 니즈도 확인했다. 사업분야도 단계적으로 넓히면서 매트리스를 관리해주는 '매트리스 홈케어 서비스'는 출시 6개월 만에 25만개 판매됐고, 최근에는 침구류 토탈케어 서비스와 침대 프레임 렌탈도 시작해 종합 패키지 체계를 구축했다.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전공한 한 차장은 2000년 코웨이에 입사해 영업기획 등 영업본부에서 일한 뒤 마케팅 전략팀으로 이동했다. 그는 "마케팅 본부에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직무공모를 통해 옮겼다"면서 "두루 겪은 경험을 접목시켜 영업적 시각을 전사적인 마케팅에 연계시킬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차장의 성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에는 고객 프로모션 시행을 통해 역대 월 최대 매출 14만9,000대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사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릴 정도다. 비결을 묻자 한 차장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이야기하지만 저는 항상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철학을 내비쳤다. 하루에 30분이라도 평소 위험요소를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 그는 "답은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파했다.
현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영업과 마케팅 모두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판단하기 위해 심리학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한다"면서 "책에서 보고 머리로만 하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한 차장은 현재 한 달간 직접 코디 유니폼을 입고 현장 경험을 하는 '동방예의지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한 차장은 "심층적인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읽다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우연히 답이 나오기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계에서 나오는 숫자, 데이터의 의미를 제대로 짚을 수 있는 시각을 키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함께 업무를 추진한 동료에 대한 감사도 빼먹지 않았다. 매트리스 렌탈 업무는 같은 팀 내에 있는 박미영 대리와 사업기획과 실행으로 나눠 손발을 맞췄다. 한 차장은 "제가 큰 그림을 그려 진행하면 박 대리가 세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빈틈 없이 하나하나 조율했다"며 공을 돌렸다.
박 대리는 "기존에는 없었던 일이어서 타 부서와 업무협조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새벽 2시까지 야근하고 한 차장이 저를 집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남자친구로 오해하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