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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재정/중앙 정부 실태] 복지 정책 힘겨루기 재연

정부 "무상보육 수혜대상 제한" 정치권 "대선 공약… 추경 편성을"

정부가 영아(0~2세) 무상보육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복지 공약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 간의 힘겨루기가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복지공약을 정부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비판한 것이 제1라운드였다면 이번에는 무상보육 지원 대상 범위를 놓고 제2라운드가 펼쳐지는 셈이다.

포문은 정부가 먼저 열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3일 "지금과 같은 무상보육 제도에서는 재벌가의 아들과 손자에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게 되는데 이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느냐"며 "이들에게 주는 보육비를 줄여 양육수당을 차상위 계층에 더 주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보육정책을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김 차관의 발언 다음날인 4일 오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다시 한번 무상보육 재검토 방침을 확인했다. '재벌가의 손자' '사회정의' 등의 단어를 써가며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정치권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진배없다. 현 무상보육 정책이 정부의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도입된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정치권의 막후 합의로 만들어진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당초 정부안은 영아 무상보육의 지원범위를 소득하위 70%로 제한했지만 2011년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계층으로 수정, 통과됐다. 정부도 재정 형편을 감안하면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에 굴복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부의 공격 대상이 야권뿐만이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상보육 정책은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에서 대패한 여당(당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공약을 베끼다시피 하면서 전격 추진한 것이다.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총선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집행을 정부에 요구하며 사병 월급 인상안도 포함시켰지만 정부가 최근 이에 대해 불가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식 복지공약에 맞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무상보육 수혜 대상을 다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4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무상보육을 4ㆍ11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며 "최근 예산 당국에서 무상보육에 대해 제동을 걸려고 하는데 설득해 공약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상보육은 다음 정부에서 완성되는데 현 정부 차관이 반대하면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정치권에서 만 0~5세 무상 보육ㆍ양육을 총선공약으로 내놓고 대선공약에도 담을 예정인데 예산 당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구체적으로 무상보육 예산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언주 대변인은 4일 "예비비를 활용한 즉각적인 지자체 지원과 무상보육 지방재정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무상보육) 실시 4개월 만에 지방정부의 재정악화 등을 이유로 보편적 복지에서 지자체의 조건에 따른 선별적 복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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