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이 발주한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9척을 건조할 조선사로 한진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이 선정됐다. 이들 업체는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 조선사들로 이번 물량 확보가 회사 정상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 발전 자회사의 15만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입찰에서 한진중공업ㆍ성동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총 9척의 벌크선 중 한진중공업이 3척, 성동조선해양 4척, STX조선해양이 2척을 각각 수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불황에 처한 국내 조선ㆍ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벌크선 9척을 발주했다. 2월에는 현대상선ㆍSTX팬오션, 한진해운ㆍSK해운 컨소시엄과 각각 장기용선 계약을 맺고 벌크선을 제작할 국내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해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형 조선사에 비해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중견 조선사들에 물량을 골고루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수주로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정상화에 필요한 일감 확보에 성공하게 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앞서 유럽 선주와 해양지원선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 벌크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2008년 이후 5년 만의 수주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번 물량을 따내기 위해 선주사들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힘을 보태기도 했다.
성동조선해양은 2011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STX조선해양도 최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태다.
이번 선박들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며 선가는 척당 약 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선가의 경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선박을 발주한 해운사들의 배값 후려치기를 경고한 바 있어 상대적으로 조선사에 유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중소 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국내 조선소에 벌크선을 발주하는 조건으로 해운사에 운송을 맡기며 가격을 잘 쳐 달라고 부탁했는데 갑을 관계가 바뀌니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