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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 '이상기류'

물가가 급격한 오름세로 돌아섰고 시중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상품 수입 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두배이상 앞지르고 있다. 사실상 물가·금리 및 국제수지상의 이와같은 현상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금리 및 국제수지 흑자기조의 불안이 당초의 예상을 크게 뛰어 넘고 있고 시기적으로 연중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를 남겨논 상태여서 원만한 연말경기 흐름에 차질이 빚어질까 심히 우려된다는 점이다.또한 이러한 우려는 금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내년도 경제운영 및 흐름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의 원인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결코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8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 1%는 그 자체로서도 문제이지만 5∼7월중 소비자 물가지수가 1.1%나 하락한 후에 나타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5∼7월중 물가하락이나 8월중 물가상승의 주원인은 농산물 가격변동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5∼7월중 물가하락에는 작황 호조에 따른 채소류등 농산물가격 하락이, 8월중 물가상승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가격 상승이 각기 크게 기여한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요인에 더하여 환율·국제석유가격의 변동 등이 물가에 미친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환율변동 요인을 보자. 금년 상반기중 물가동향의 주 특징은 원화표시 수입물가가 22%나 대폭하락 했고 이를 반영한 생산자 물가가 3.4%나 하락함으로써 소비자물가 또한 0.6%만이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6%보다 크게 안정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물가하락의 주 원인은 환율의 하향 안정세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효과를 제거할 경우 상반기중 생산자물가 지수는 2.2% 상승하게 될 것으로 밝혀져 실제 하락률 2.1%와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민경제의 원자재·부품 및 기계류의 수입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원화표시 수입물가는 국내물가의 가장 핵심적 결정요인으로 기능해 왔고 금년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작금의 물가상승에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집중호후에 따른 농산물가격 상승도 중요하지만 최근의 엔고(円高)현상이 원료·부품 및 기계류의 대일(對日)의존도가 큰 우리에게 준 충격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우리경제는 현재 환율이 주는 물가불안요인을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의 소비성향증대 및 이미 81%에 도달한 제조업가동률 등은 향후 물가불안의 추가적 잠재요인들로 도사리고 있다. 현재 10%를 능가하고 있는 시중 장기금리는 대우·현대사태 등으로 금융·자본시장이 불안해진데 따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거시경제흐름, 특히 당초예상을 크게 앞지르는 성장률과 새롭게 부각된 물가불안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금리전망은 결코 만만치 않다. 소위 「시장」은 거시경제 흐름과 일관성 없는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나 지난 8월중 무역수지흑자도 월별수치로는 연중 최저치였다. 수출이 7월과 8월 두달연속 18% 증가한데 비해 수입증가율은 두달 연속 38%씩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금년중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수지흑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향후 2년정도 후의 상황이다. 왜냐하면 무역수지흑자의 감축속도가 너무 빠르고, 구조조정후 국제경쟁력이 어느정도 확보될 것인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8월들어 명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거시경제 흐름상의 이상기류는 향후의 거시경제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경고」로 받아들어져야 한다. 건실한 경제운영이 이루어 져야만 현안인 구조조정도 지속될 수 있다. 우리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냄비적 속성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착실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박진근 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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