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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줄었는데 재원 2배 늘려… 효용성 뒷전 부처 밥그릇 키우기

재정비사업도 목표치 내렸지만 되레 증액<br>새는 혈세만 줄여도 실업·가계빚 해소 가능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있는 국회의사당 전경.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으나 국회는 성과가 부실한 예산을 부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고용노동부는 내년 예산에서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532억원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받아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직원을 불가피하게 줄여야 하는 사업주가 재직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 하지만 늘어난 기금과 달리 내년 고용유지율 목표치는 올해와 똑같은 91.4%로 설정했다. 고용유지율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어쩔 수 없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지만 예산규모가 늘어난 데 비하면 목표치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학기술연구원 지방이전사업을 위해 내년 예산으로 600억원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연구원 이전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서울에서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사업인데 지난 2009년부터 예산에 반영돼 이월ㆍ재이월을 반복해왔다. 문제는 내년 역시 이전이 불투명하다는 점. 결국 오는 2014년으로 재차 이월되거나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뻥튀기한 사업 예산의 총규모가 수조원대로 집계되자 이 돈만 제대로 굴려도 어지간한 실업대책이나 가계부채 해소용 예산을 뽑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적자재정을 우려하며 복지나 경기부양 예산을 더 마련하기 어렵다고 우는소리를 해댔지만 이 같은 불요불급한 예산만 정리해도 재원이 생기는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13년도 예산안을 보면 정부부처들은 예산을 일단 확보해놓고 그 효용성을 높이는 데는 뒷전인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부처들이 예산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부처 밥그릇을 키우기 좋기 때문이다. 예산을 많이 확보할 경우 산하기관과 이해당사자들에 대해서도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들은 매년 필요한 예산을 기획재정부 예산실에 항상 부풀려 요구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앞서 예를 든 교육과학기술연구원 지방이전사업은 예산집행률이 낮거나 이월ㆍ불용되는 예산이라도 일단 확보하고 본다는 고질적 행태를 잘 보여준다. 예산을 확보해놓지 않으면 다시 예산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성과가 저조하거나 성과지표가 부적절하더라도 먼저 예산을 확보한 뒤 문제점을 고치는 사례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사업의 경우 집행률이 낮고 성과파악도 안 돼 구체적인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는 사업으로 꼽혔다. 한부모가족지원의 경우 2010년 예산집행률은 44.9%, 2011년에는 51.8%에 불과하다.



예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주먹구구식 수요예측도 나온다. 한국장학재단의 든든장학금(ICL)의 경우 올해 목표치를 27만5,000명으로 잡았지만 올 7월 말 현재 25만명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있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은 2배 늘어난 2,977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내년 장학금 목표치는 올해 1~7월 누계보다 적은 22만명. 결국 묻지마 식으로 예산을 늘려잡기는 했지만 계획과 앞뒤가 안 맞는 셈이다.

이는 각 부처가 씀씀이를 일일이 승인 받아야 하는 현재의 예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9월 이른바 '예산 시즌'만 되면 정부과천청사 1동 4층 복도는 공무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산권을 틀어쥔 재정부 예산실에 최대한 예산을 많이 얻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예산 담당자가 예산을 검토하다 보니 계획과 성과에 대해 정밀한 점검을 하는 데 한계가 있고, 결국 각 부처의 예산 뻥튀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재정부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 5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각 부처에서 예산을 짤 때마다 재정부를 왔다갔다하는 것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똑같다"며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톱다운예산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정부를 상대하는 부처들은 예산이 한번 삭감, 동결되면 기계적으로 예산증액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톱다운예산제도를 8년 전 도입하기는 했지만 실제 적용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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