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인수에 실패한 뒤 자체역량 강화로 방향을 튼 산업은행이 올 상반기에 사상 처음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점포 수가 57개에 불과해 이자이익을 오히려 줄었지만 인수합병(M&A) 등의 수수료로 많은 돈을 벌었다. 산업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10억원보다 148.6% 증가한 1조218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영기 산은 수석부행장은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이 4억원 정도로 시중은행(5,000만원선)보다 훨씬 크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은행(IB) 업무 중심의 수익성 강화 노력으로 이익이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는 동시에 질적으로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자차익은 높은 조달금리와 기업대출경쟁 심화 등으로 전년 상반기(8,552억원)보다 6.4% 감소한 8,004억원을 기록했다. 산은 점포는 지난 6월 말 현재 57개에 불과하다. 점포부족으로 조달금리는 4.29%(5월 기준)로 예금은행의 3.03%보다 높고 순이자마진(NIM)은 1.61%(6월 말)로 시중은행(2010년 말)의 2.36%보다 낮다. 다만 점포 수가 적어 판관비용이 낮다. 매출 대비 판관비용이 13.3%선으로 40~50%에 달하는 시중은행에 비해 미미하다. 반면 비이자이익(3,591억원)과 유가증권이익(6,114억원)은 전년 상반기 대비 각각 8.6%, 62.4% 증가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유가증권이익 포함)의 비율이 47.7%대52.3%다. 이자이익이 순영업수익의 70~80%를 차지하는 여타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부문이다. IB 업무능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파이낸스(PF), 인수합병(M&A) 등 IB 수수료 수입이 크다는 이야기다. 산은은 앞으로 수신기반 확충과 함께 M&A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김 수석부행장은 "점포 수에 한계가 있어 VIP를 상대로 하는 프라이빗 뱅킹에 비중을 둘 것"이라며 "예금금리도 가장 높은 은행 수준 이상으로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 점포 확대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회가 되면 M&A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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