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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12월 서울대 응용화학부를 다니던 대학생 허민은 비운동권 최초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결선투표까지 진행한 끝에 84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총학생회장이 됐지만 그는 '광란의 10월'이라는 선거단을 만들고 힙합댄스를 추는 파격적인 유세로 선거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다. 15년이 지난 지금 허민은 미국 독립야구리그 록랜드볼더스에서 느리지만 변화무쌍한 궤적의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미국 타자가 아닌 한국의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쏠려 있다.
위메프 창업주이자 지주회사 원더홀딩스를 총괄하는 허민(39) 대표의 파격 행보가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허 대표가 위메프를 고객 만족을 최우선하는 회사로 전면 개조하겠다는 돌직구를 느닷없이 바다 건너에서 던졌기 때문이다. 2008년 자신이 창업한 게임회사 네오플을 넥슨에 4,000억원에 매각한 뒤 2,000억원을 임직원에게 고루 나눠준 일이나 이후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셜커머스에 뛰어들었다가 홀연 좋아하는 야구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가 야구선수로 뛰고 있는 파격적인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인사 혁명' 역시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다음달부터 임직원 인사평가제도를 기존 성과제에서 고객만족제로 전면 전환한다. 이에 따라 위메프에는 1,300여명의 임직원 실적 보고가 사라지고 고객 재구매율이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위메프는 우선 핵심 인력인 상품기획자(MD)의 평가기준을 매출이 아닌 고객의 재구매율로 정했다. 매출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잡아 인센티브를 제공해온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재구매율, 반품률, 상담 횟수 등을 중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품을 아무리 많이 판매했더라도 반품률이 높고 고객 불만이 많다면 가차 없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위메프의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업계가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하면서 매출과 실적이 절대 가치로 자리 잡았지만 고객 만족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진정으로 고객 만족과 감동을 이끌어내려면 우리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위메프의 '고객 우선주의'는 순 방문자 기준으로 소셜커머스 업계 1위로 올라선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돼왔다. 올 초 위메프에 입점한 해외 직배송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직구가 인기를 모으면서 짝퉁 판매가 늘어나자 파트너인 90여개 업체 중 70개 업체와 계약을 전격 해지하는 강수를 뒀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의류와 잡화 등 패션 상품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 및 교환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G마켓·11번가 등 온라인 쇼핑 대표주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파격적인 결정이다.
2010년 국내 유통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소셜커머스는 모바일기기의 확산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특히 위메프·쿠팡·티몬(그루폰) 체제로 시장이 구축되면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판도로 흘러가고 있다. 올 초까지도 소셜커머스 3사는 불법 제품을 판매하거나 경쟁사 헐뜯기에 집중해 법정소송까지 가는 홍역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소셜커머스 업계가 결국 1위 업체만 살아남는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업체가 국내시장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3강 구도로 가서는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장기전으로 갈수록 외국계인 쿠팡이나 티몬과 달리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허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위메프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소셜커머스가 4조원 규모로 성장한 반면 오픈마켓은 16조원 규모에서 정체된 상황"이라며 "허 대표가 주도하는 위메프의 전략에 따라 기존 오픈마켓의 입지도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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