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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총리 오늘로 취임 100일/‘규제 혁파’ 목청만… 아쉬움
입력1997-06-12 00:00:00
수정
1997.06.12 00:00:00
양정록 기자
◎“국정운영은 큰무리 없었다” 일반적 평가/의약품 개혁안 “의개위로 넘기라” 뒷걸음고건 총리가 12일로 취임 1백일을 맞는다.
김영삼 대통령의 고총리 발탁은 지난 3월 한보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현재까지 별무리없이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있다.
지난 3월5일 취임 직후 『나는 지성감민의 자세로 행정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할 것』이라며 「행정 총리」로서의 의욕을 과시했던 고총리는 그후 약속을 그런대로 잘지켜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주요 테마이자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규제 혁파」에 관한 한 「역시 얼굴마담」이라는 고총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가 지난 5일 마련했던 의약품 규제개혁안이 졸지에 유보됐다. 그 대신 9일 총리 자문기구가 이를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해 11일 열린 총리주재 경제개혁추진위원회에 상정도 하지못하고 무산됐다.
말로는 오는 8월 의료개혁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나오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4만5천여명의 약사표를 의식한 대부분 시민단체가 공감한 소화제 등 간단한 약의 슈퍼마켓 판매허용과 약품의 표준소매가제도 철폐방안 상정 포기는 이익집단 앞에 규제개혁마저 무력해졌다는 논리밖에 되지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정위와 보건복지부의 줄다리기에서 총리실이 「의개위로 넘기라」고 은근히 복지부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것은 고총리의 취임일성과 현격히 위배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건은 규제완화가 의약제도개선 차원에서 다뤄질 수 있는 정부출범 초기나 중반께 나왔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만은 꼭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리지않고 내각 중심잡기를 특별히 강조한 그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돼 아쉬움으로 지적되고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정부 말기에 총리직을 맡아 어려운 점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대로 후한 점수를 주는 이도 있다.
10일 국무회의에서 「행정규제기본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11일에는 규제개혁추진회의 4차회의를 주재해 축산업의 허가·등록제 등 6개 경제규제를 푼 것은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국무위원 정책토론회를 새로 도입해 경제살리기, 공직기강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행정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각부처 실·국장을 일반행정, 통일·안보 등 몇개 그룹으로 나눠 오찬에 초청, 차질없는 국정 수행을 당부했다.
경제살리기 대책의 하나로 중소기업도 자주 찾았는데 방문에 앞서 업체가 건의사항을 준비토록해 경영애로 타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와함께 지난 4일 총리공관에서 금융기관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신용대출 회수때 문제가 생겨도 관계자에게 업무상 배임죄 등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법무부장관에 확인받았다고 상기시켜준 점은 중소기업 발전에 대한 그의 집념을 보여줬다고 할 수있다.<양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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