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7일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외국 금융회사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주재했다.
승지원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생전에 살던 한옥을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명명했다. 이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모임은 물론 모나코 알베르 2세 국왕,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 등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을 승지원에서 만났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영빈관에서 손님을 맞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 부회장이 만찬을 주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방한하는 국가 정상이나 글로벌 기업 수장들을 접견하며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번 승지원 만찬 주재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승지원이라는 공간이 갖는 상징성이 큰 만큼 이곳에서의 만찬 주재가 그만큼 높아진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글로벌 정·재계 인사와 폭넓은 교류를 가지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응우옌푸쫑 베트남 서기장 등 각국 정상은 물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조 캐저 지멘스 회장,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 잇따라 회동했다. 자신의 최대 자산인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을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한편 각국 정상과의 회동을 통해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계열사 간 합병과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대부분 일단락되고 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최대 이슈인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상장도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삼성 안팎의 시선은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 시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12월 초에 이뤄질 그룹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의 병세가 점차 호전되고 있어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승진해 경영을 승계할 가능성은 낮지만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된 후의 첫 정기인사인 만큼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확실히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올해 실적부진과 연이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낸 만큼 이 부회장이 연말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삼성의 1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경영승계보다는 실적 회복·미래 먹거리 발굴을 이끌 인재 발탁과 그룹 체질 개선이 더 중요한 고민이자 화두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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