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이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24일 삼성 사장단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로부터 '지도자의 바람직한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함 교수는 국내 최초로 대통령학이라는 학문을 들여온 인물로 현재 한국대통령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강연에서 삼성 사장단에게 가장 바람직한 대통령상으로 '조정자적인 대통령상'을 제시했다.
함 교수는 우선 한국 대통령들의 국정 운영의 축이 시기별로 변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1950년대에는 대통령과 군이 국정 운영의 축 역할을 했지만 1960년부터 1990년까지는 대통령과 관료가 중심이었다고 전제했다. 또 2000년부터는 대통령과 국회가 국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고 정의했다.
함 교수는 국회가 대통령과 함께 국정 운영의 축으로 부상하면서 국회와의 합의를 원활하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입법적 리더십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과거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경우 법을 만들어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입법 노력의 90%가량이 실제 법 제정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60%로 떨어졌다는 게 함 교수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함 교수는 대통령의 역할도 과거 명령자에서 조정자로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 운영의 중심이 대통령 개인에서 국정운영팀으로 옮아갔다"며 "팀은 분권화를 통한 자율성과 창의성의 중심인 만큼 성공한 장관이 많아야 국정 운영이 잘된다"고 강조했다. 조정자로서 과감한 권한 위임과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함 교수는 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아이젠하워는 군 총사령관에 오르고 나서 보니 주변에 쟁쟁한 사람이 너무 많아 고민 끝에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맡겨야겠다고 판단했다. 모든 일을 맡기고 보니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남아도는 와중에 지도를 보면서 소위 전장의 대세를 읽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결국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생각해내 이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시절에도 일종의 은둔자적(Hidden) 대통령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역대 성공한 대통령으로 링컨과 워싱턴이 거론되지만 집권 시절 미국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었다는 게 함 교수의 판단이다.
함 교수는 "아이젠하워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가장 좋은 시절을 이끌어냈다"며 "그 비결은 결정적 선택을 하는 대통령으로 남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함 교수가 삼성 사장단에게 제시한 조정자로서의 대통령상에 부합되는 후보가 실제 대통령에 당선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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