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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우리은행 매각 실패 이후

또 좌절된 신창재의 꿈… 다시 도전할까

'불참' 아닌 '유보' 밝히며 열망 드러내

당국 부정적 시각 불구, 국내 유일 후보

막대한 자금 조달 해결이 재도전 관건


우리은행의 경영권 지분입찰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밤.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은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에는 이미 요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전 불참 의사를 내비쳤지만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교보가 자꾸 왔다 갔다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으나 이는 역으로 은행업에 대한 신 회장의 꿈이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입찰 전날 밤늦게까지도 확답을 못 받았지만 교보를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었다. 신 회장은 결국 입찰 당일 오후에서야 결단을 내렸고 그것도 '불참'이 아닌 '유보'라는 단어를 통해 미련과 열망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참여를 안 하되 추후를 도모한다는 이중적 의미가 내포됐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회사로서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인수전에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 회장은 무척이나 신중한 스타일이다. 말 한마디조차 극도로 아낀다. 교보생명 전체를 흐르는 폐쇄적 성향 역시 오너의 이러한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분명한 사실은 신 회장의 꿈은 여전히 은행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 스스로 은행 인수를 10년의 숙원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는 틈날 때마다 은행 인수를 시도했다. 2012년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 때도 IMM 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막판까지 인수 참여를 고민했다. 같은 해 KB금융그룹과의 지분 스와프 딜(맞교환)을 통해 국민은행의 주인이 되려 했다. 실제로 KB는 당시 최고위층 사이에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 회장의 꿈은 왜 또다시 좌절됐을까.

이 고민은 역으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신 회장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신 회장은 이번 네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당국의 부정적 시각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당국은 개인(신 회장)이 주인인 회사에 은행을 넘기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가졌다.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교보만큼 우리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곳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벌써 네 번째 실패를 맛본 정부 역시 절박하다. 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새로운 절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신 회장의 꿈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보생명이 막판까지 참여를 저울질하다가 결국 철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자금조달 문제다.

예상보다 높아진 입찰가액을 써내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 안방보험이 거액을 베팅했는데 교보생명이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을 적어낸다면 우리은행은 안방보험 품에 안기게 되고 이 경우 국부유출, 기업정보 헌납이라는 비난이 교보에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복심인 이석기 전무가 막판까지 홍콩 등을 오가면서 FI 설득에 나선 것은 그만큼 자금조달 부분에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신 회장은 여기서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은행 같은 대형 시중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신 회장의 나이(62세)를 감안하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그의 꿈을 실현할 마지막 기회다.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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