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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
입력1998-12-28 00:00:00
수정
1998.12.28 00:00:00
지난 1년여 동안 우리사회는 각 분야에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표현되는 「환란」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었다. 금융구조조정으로 대마불사로 믿었던 금융기관이 수십여개나 퇴출됐고 기업구조조정으로 대기업간 빅딜이 추진되고 있으며, 상당수 그룹들이 사실상 해체됐다. 또 경기침체에 따라 실업자가 150여만명으로 늘어나고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감소로 중산층도 감소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지난 1년은 모든 경제현상이 너무나 급작스레 변해 「격동의 한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지경이다.환율은 지난해 11월 1,95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금년 12월에는 1,100원대까지 내려가고 외환 보유액은 작년 12월 하순 39억달러 수준에서 금년 12월에는 500억달러대로 급상승했다. 금리는 작년 12월말 살인적인 고금리인 30%선을 넘어섰다가 금년 12월에는 6%선으로 크게 내려갔다.
이같이 지난 한해는 놀이동산의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급상승과 급강하를 하는 와중에서 깜짝깜짝 놀라고 현기증을 느끼면서 지낸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호랑이한테 물려 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는 말과 같이 최근에는 살길이 열리긴 열리지 않나하는 느낌이 든다. 무디스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을 고려 중이라는 희소식이 접하고 소위 신3저 현상이 우리의 생명줄인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고 금리·환율·증권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1994년 12월 멕시코 위기 때에도 약 1년여의 격심한 경기침체와 고금리, 증시폭락을 경험한 이후 1996년 봄부터 점차 외환사정이 개선되고 금리·환율의 안정과 증시도 반등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었다.
우리나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혁과 폭넓은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금년 1년간의 뼈를 깎는 진통을 겪은 후 내년 부터는 IMF체제라는 터널을 서서히 빠져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가 광복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살아온 길을 뒤돌아 보면, 우리는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민족 특유의 끈기와 용기 등으로 위기의 고비고비를 넘어왔다. 그래서 지금의 이 「환란」을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로 삼고 기마민족으로서의 투지와 우리민족 특유의 근성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아울러 지난 1년간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여러 가지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리며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해에는 금융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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