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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대형주 비중 늘려라"

은행·보험 등 증시 달아오르자 운용사에 주문

3월 이후 투자확대 요구… 대형주 펀드에도 자금 몰려

가치주 발굴 전문 운용사는 "시장 따라가라" 주문에 부담


국내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은행·보험 등 기관 투자가들이 자금을 맡긴 자산운용사에 대형주 투자를 늘리라는 주문을 내고 있다. '지난 4년간의 지루한 박스권 장세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데 이들 기관들도 동조하고 나선 셈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인고객들이 지난달 이후 본격적으로 운용사에 대형주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기관은 크게 연기금과 법인으로 나뉘는데 은행·보험사와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일반기업들이 법인에 속한다.

은행·보험사들의 대형주 확대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크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고객들이 수시로 자금을 입출금하는 은행이나 보험금 지급이 수시로 발생하는 자동차·상해보험의 경우 자금 사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을 중시한다. 한 운용사의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난 2~3월은 은행과 보험사의 미팅 요청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며 "법인 고객들이 코스피가 반등하자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대형주 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 펀드에도 이들 큰 손들의 자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F·I클래스(보험사 또는 대규모 자금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한 상품) 가운데 연초 이후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I형'에 743억원이 순유입된 것을 비롯,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C-F)'(600억원), '한국투자골드적립식삼성그룹증권투자신탁 1(주식)(C-F)'(500억원) 등 대형주 투자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은행·보험 등 법인들은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위탁할 때 운용사들과 수시로 만나 운용전략을 점검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증시 분위기가 급변하는 경우,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적극적인 의견을 나타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한 법인들의 투자 확대 요구에 운용업계는 자금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가치주 펀드 운용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가치주 펀드는 가격이 내재 가치 대비 저렴한 주식을 편입하는 펀드로서 시장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저평가돼 있거나 내재가치 대비 저렴한 주식에 장기 투자한다. 국내 운용사 가운데 신영·한국밸류자산운용·에셋플러스·메리츠 등이 가치주펀드 전문운용사로 꼽힌다.

이처럼 가치주 발굴에 매달리고 주식매매 회전율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운용사들에 '시장을 따라가라'는 법인의 요구가 달가울 리 없다.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CIO는 "운용사의 투자철학을 믿고 투자한 법인들이 시장 상황이 변했다고 장을 따라가라며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부 종목 교체나 비중 조절은 있겠지만 큰 폭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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