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기업, 고액 자산가로부터 자본을 끌어모은 사모펀드(PEP)가 매물로 나오는 대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국내에서도 'PEF 경영시대'를 활짝 꽃피우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사이 이들 PEF는 홈플러스를 비롯한 인수합병(M&A)을 싹쓸이하고 있다. 미국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처럼 PEF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PEF의 부상은 단기실적 중시, 구조조정 등의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 영역에서의 PEF 역할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신규 PEF가 41개 설립돼 전체 PEF는 296개로 증가했다. 아울러 PEF 운용사(GP)로 18개 업체가 새로 금융당국에 등록했다. 이들 PEF가 투자를 집행·계획하고 있는 총약정액은 55조7,101억원(8월 말 기준)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말 대비 4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 한 해에만 10조원에 이르는 신규자금을 확보한 PEF에 돈이 연이어 들어오면서 PEF의 1년 내 가용 투자금은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스틱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자산운용·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각각 2,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해 이들이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 규모의 PEF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형급 PEF 운용사인 나우IB캐피탈·JKL파트너스 등 4곳도 국민연금에서 각각 1,000억원의 출자를 받아 내년 상반기 기업 인수 등 투자 집행을 목표로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으고 있다.
저금리 속에 도입 10년 만에 PEF가 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하며 중소·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지배하며 새로운 경영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다.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MBK는 국민연금에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수혈 받을 예정이지만 캐나다연금 및 싱가포르 테마섹에서도 대거 자금을 확보해 PEF의 자금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확대되고 있다. MBK는 이미 자기자본이 2조9,000억원인 ING생명과 자산규모 1조5,000억원인 웅진코웨이의 주인으로 올라선 바 있다. 국내 2위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도 지난해 말 세계 2위의 자동차 공조 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3조9,000억원에 인수했으며 IMMPE는 국내 전선 업계의 터줏대감인 대한전선 인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대학원장은 "최근 시장의 세 축인 파는 쪽과 사는 쪽, 금융당국 모두가 PEF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돼 규모 확대는 필연적"이라며 "대기업들이 보수적 경영을 하고 있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어지간한 기업들은 PEF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