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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한가위 서글픈 뒷모습

보험금 반납 통보에 개성공단 입주사 분통<br>정상 가동 아직 멀었는데 10월 15일까지 내놓으라니<br>대책 마련에 개성도 못가


"추석을 앞두고 날아온 서슬 퍼런 공문에 어디 명절 기분 나겠습니까.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갔는데도 흥이 안 납니다."

개성공단이 166일 만에 가동에 들어갔지만 중소 섬유기업 대표인 A사장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를 않았다. 지난 12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빚 독촉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출입은행이 나서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줄도산을 종용하고 있다"며 "사채업자와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협력사업부장 명의의 공문에는 다음달 15일까지 경협보험금을 수령한 46개 기업 모두 보험금을 반환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9%의 연체금 부과, 남북교류협력법상의 제한조치를 취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보험금은 현재 46개사에 총 1,485억원이 지급됐다.

A사장은 "예전 같으면 개성공단 통행이 재개되자마자 입주사 대표들이 개성으로 몰려갔을 텐데 비상대책위에서 파악한 바로는 16일 당일 개성에 들어간 대표들은 10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모두들 (보험금 반환) 대책을 마련하느라 겨를이 없어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사 B대표는 "청와대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수십 곳 정도는 망해야 정치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했다는 설이 입주기업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렇지 않고서야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대책이 나와도 모자랄 판에 정부 부처도 아닌 수출입은행이 어떻게 남북교류협력법상 제한조치를 취하겠다고 윽박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정상 가동까지 최소 1년, 손실 복구까지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의 피해규모를 철저히 조사하고 자금난이 해소되는 시기를 기다려 보험금을 회수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류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는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보험금은 은행이 이자로 전부 가져갔고 몇 달간 직원 월급에 운영비로 쓰고 나니 주머니에 돈이 없는 상황"이라며 "통일부 분석으로는 7,500억원, 입주사들 추산으로는 1조원대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장 보험금부터 갚으라니 바이어들마저도 정부가 개성공단을 살릴 생각이 있느냐고 물을 정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동진 디엠에프 회장은 "입주기업들이 도산 직전으로 몰린 것을 알면서 피해보상 대책은 없고 보험금만 회수하겠다는 방침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며 "정상 가동까지 1년은 족히 걸릴 텐데 정부는 재가동이 되면 입주기업들의 경영상황이 바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겨울 시즌 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5~8월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 역시 "겨울 제품 주문은 이미 한 달 전에 끝났으니 공장이 재가동되도 당분간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계속해서 급료를 지급하다 보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자금난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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