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 채권금리는 하락하고 있고 금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유가와 밀·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대된다면 국제원자재 시장은 어떻게 될까.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원유 생산량과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자랑한다.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량은 세계 3위에 올라있다. 만약 국지전이 벌어지고 서방국의 경제 제재 조치 등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산 및 장기화하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및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 상품시장의 강세 현상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의 가격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미 주요 원자재의 대부분이 높은 재고율과 낮은 가동률에 기인한 공급 우위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 상품시장을 바라볼 때 더욱 관심 있게 봐야 할 부분은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위안화 환율 추이, 그리고 달러 가치의 향방이라고 판단한다.
시진핑 신정부는 성장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재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7.5% 경제성장률은 이르면 올해부터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지난달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위안화 약세는 이 같은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당 위안화 선물 환율이 지난해 말 대비 0.8% 하락한 6.146을 기록했다. 중국은 세계 에너지 및 비철금속 최대 소비국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의 둔화는 곧 국제 상품 시장의 약세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특히 비철금속 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다. 중국은 세계 비철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세계 비철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5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위안화 평가 절하 기간 동안 이례적으로 중국의 비가공 구리 수출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국제 비철금속 가격도 급격히 하락했던 경험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 혹한기를 통과한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감안할 때 달러화의 점진적 강세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위안화의 약세 역시 달러화 강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8월 그루지야 전쟁과 그해 9월 리먼사태 발발 시기에도 달러가치가 급등하면서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락한 경험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앞으로 위안화와 달러화의 가치, 그리고 국제 상품시장의 향방은 현재 개최되고 있는 중국 양회 및 전국인민대회의 경제정책 내용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유로존 확산 여부에 달려 있다. 이와 함께 18~ 19일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른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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