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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SK텔레콤] 통신시장 맹주자리 놓고 기싸움
입력1999-07-21 00:00:00
수정
1999.07.21 00:00:00
백재현 기자
우리나라 통신업계의 양대 거목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전면전을 펼칠 태세다. 아직까지는 기(氣)싸움의 양상이 짙다. 하지만 곧 빅뱅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다. 두 공룡간의 전쟁은 각기 유·무선분야 대표주자로서 자존심이 깔려 있는데다, 미래 통신시장의 패권경쟁을 앞두고 벌써부터 기선을 잡겠다는 전략까지 배경으로 작용해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갈등은 유선과 무선이 급속히 통합돼가는 정보통신기술 발전 추이에 따라 언젠가 한번은 부닥칠 것으로 예고돼 있었다. 따라서 그 진행과정에서 통신시장의 새로운 질서도 형성될 전망이다. 싸움을 중재, 조정할 정부의 입장에 따라 통신정책 방향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양사의 전쟁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쟁탈전 SK텔레콤은 이달부터 한국통신이 별정통신사업을 통해 한국통신프리텔(PCS 016)의 가입자 모집대행에 나서자 지난 12일 통신위원회에 제소하며 제동을 걸었다. 시장 독점력이 강한 한통이 자회사인 한통프리텔과 제휴할 경우 통신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이동전화 시장의 과잉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제소라는 강수를 둔 것은 SK텔레콤의 의도가 다른데 있기 때문이다. 한통의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견제해보자는 뜻. 시내전화망을 갖추고 있고, 5만명에 가까운 인력을 보유한 한통이 무선시장에 진입할 경우, 이동전화 절대강자인 SK텔레콤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4개월전인 지난 3월. SK텔레콤은 거꾸로 한통의 견제구에 걸렸었다. 한통은 하나로통신·데이콤·온세통신과 함께 SK텔레콤이 별정통신 자회사인 SK텔링크를 앞세워 사실상 유선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정통부 장관에게 건의했던 것.
SK텔링크가 대형 건물의 사설교환기에 전용선을 직접 연결해 건물 내에서 발생하는 국제전화를 한통의 망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해 사실상 유선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 일이었다.
결국 양사는 서로 상대방 시장에 침투하면서도 자기시장 만큼은 방어하려는 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분전쟁 그동은 논란을 빚은 SK텔레콤의 유상증자에 21일 한통이 참여하겠다고 선언하자 SK텔레콤은 『공기업인 한통이 눈 앞의 이익 때문에 부채까지 얻어다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공기업 구조조정에 어긋난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깁없이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통은 『참여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주주의 고유 권한』이라며 일축했다.
이 싸움도 내면에는 유·무선 통합에 대비, SK텔레콤에 대한 견제장치를 계속 갖고 있겠다는 한통의 의도와, 이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SK텔레콤의 상반된 입장이 엇갈려 있다.
◇전쟁은 이제 시작
두 회사는 앞으로 IMT-2000(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권 선정에서도 필연적으로 부닥칠 수 밖에 없다. 한통은 한통대로 유선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확장하기 위해 IMT-2000사업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처지다. SK텔레콤도 무선시장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기필고 IMT-2000사업권을 따야 한다.
또 한통과 SK텔레콤은 떠오르는 무한시장 인터넷비즈니스를 두고도 정면 격돌이 불가피하다. 무궁화위성을 축으로 한 한국통신의 위성통신사업에 대해 SK텔레콤도 최근 확보한 2개의 정지궤도위성을 무기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통신사업에 관한 한, 양사는 이처럼 서로 부딪히지 않는 분야가 없어 10년, 20년전쟁을 벌써 예고하고 있다. /백재현 기자 JH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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