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22일 4명의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차기 KB회장을 선정하고 누가 되든 그룹 전체에서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KB 임직원들의 긴장감은 극대화하고 있다.
수장이 바뀌면 대규모 인사가 이어지는 것은 수순이지만 KB는 그동안 극심한 내홍 사태를 겪어온 만큼 여느 때보다 인사폭이 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 회장이 누가 되든지 간에 'KB 사태' 과정에서 임 전 회장이나 이건호 전 행장의 편에 섰던 계열사 사장 및 은행 임원들에 대해서는 숙청 작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해묵은 '채널(국민·주택은행 출신)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KB 회추위를 구성하는 9명의 사외이사는 명동 본사에서 심층면접을 거친 후 바로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결정한다.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회추위원 6명 이상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KB는 이어 다음달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공식적인 회장 선임은 한 달여가 남았지만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인사 구도는 짜이기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에게 서울시내 모 호텔에 별도의 사무실이 제공되며 이곳에서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와 면접까지 이뤄진다.
일단 국민은행장을 포함한 11개 KB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인사 대상에 오른다. 은행장은 공석이고 남인 KB인베스트먼트 사장과 박중원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의 임기가 연말이면 끝난다. 나머지 사장단들은 아직 임기가 남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KB 관계자는 "통상 회장이 바뀌면 계열사 대표이사를 포함해 임원들이 재신임을 묻기 위해 일괄사표를 제출한다"면서 "계열사 사장을 모두 임 전 회장이 임명해온 만큼 대대적인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의 핵심인 국민은행의 부행장 7명과 임원급 이상 수뇌부들도 대대적인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 사태의 원인이 됐던 주전산기 교체 문제에 관련된 임원들을 차기 회장이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임원들에 대한 인사권은 기본적으로 은행장에게 있지만 은행장 선출까지는 다시 한 달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차기 회장이 은행 조직개편과 인사 밑그림도 그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KB의 핵심 계열사이자 회장의 전략적 파트너인 은행장을 누구로 앉힐지는 최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현재 회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이 행장으로 선임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정통 KB 내부 출신이 한 명도 없으므로 후보군 가운데서 행장이 발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조직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정통 KB 출신을 행장으로 앉힐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1채널(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 가운데 어느 쪽을 중용할지가 관심"이라고 전했다.
대대적인 인사 태풍은 피할 수 없지만 어떤 후보가 회장으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인사 구도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외부 출신이 될 경우에는 KB 내부를 잘 모르기 때문에 KB 사태와 관련됐던 인물들을 모두 숙청하고 아예 새로운 판을 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부 출신이 선임될 경우 KB 내부 분위기를 잘 아는 만큼 탕평 인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KB 임원들은 후보별 성향과 우호 채널을 파악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차기 회장이 2만여명의 임직원들을 데리고 있는 최대 계열사 국민은행의 인력 조정을 어떻게 할지도 매우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다. 국민은행은 평직원의 경우 L0에서 L4까지 5단계로 인력이 구분된다. 지난 8월 말 기준 L0(초대졸)가 4,107명, L1(계장·대리급) 4,185명, L2(과·차장급) 6,205명, L3(부지점장·팀장급) 4,863명, L4(고참 지점장급) 544명이다. 인력 적체로 L2급 인력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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