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만든 게임에만 열중하지 말고 게임을 만드는데 미쳐보라"
지난달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전략' 자료에 실린 문구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Don't just buy a new video game - make one)을 인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할 것을 장려한 말이지만, 외려 게임 업계의 빈축을 샀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가장 인기 있고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인 게임은 현재 부정적 인식과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KITA) 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뒤 국내 90여 개 게임 업체 중 30%가 해외로 판로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 물론 중독성을 갖고 있지만 오로지 여기에만 포커스를 맞춰 '게임= 나쁜 것'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셧다운, 웹보드에 '중독법'까지= 현재 시행 중인 게임 규제는 △게임 강제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온라인) △웹보드 게임 규제(온라인·모바일) 등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초 목표했던 규제 효과를 넘어 소비자를 게임 이용으로부터 배제하고, 결국 이것이 게임사의 실적 부진 등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웹보드 규제 직격탄을 맞은 NHN엔터테인먼트는 올 2분기 실적이 창사 이래 첫 적자로 돌아섰고, 네오위즈게임즈도 실적 부진에 빠졌다. NHN엔터와 네오위즈는 '웹보드 게임 규제가 부당하다'며 각각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낸 상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 중독법안'은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과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그것이다.
게임 업계는 이들 법안이 게임을 아예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전제하고, 모든 책임을 게임사에 지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다 오는 2015년까지 적용이 유예가 된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도 예정대로 실시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 청년 떠나갈까 우려= 외국에서 국내 게임 규제를 우려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ESA) 등 12곳의 해외 게임단체가 국회에 '게임 중독물질 규정 등 규제 움직임을 철회해 달라'는 성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도 문제다. 한 예로 웹보드 규제의 경우 페이스북 등 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포커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셧다운제 역시 '리그오브레전드(롤)', 등 외산 게임은 현지 서버를 통해 우회 접속하면 새벽에도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게임 부동의 1위는 '롤'"이라며 "규제의 목적이 현장에서는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게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규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고,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노려, 중국 거대 기업들은 한국 게임사와 인력들을 모셔가고 있는 상황이다.
◇ 게임 규제 현황
* 시행 중
▲셧다운제
- 16세 미만 청소년, 오전 0~6시 인터넷 게임 이용 제한
▲웹보드게임 규제
- 게임 머니 한 달 구매 한도 30만원, 일 10만원 손실 시 24시간 접속 제한
* 논의 중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 인터넷 게임, 마약 등을 중독 물질로 규정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
- 게임사업자 매출의 1% 이하를 중독치유부담금으로 징수
* 유예 중
▲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자료=산업연구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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