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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도 거품을 빼야(사설)
입력1997-05-29 00:00:00
수정
1997.05.29 00:00:00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부동산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험칙으로도 익히 아는 바다. 올들어 계속된 불황으로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치솟기만 하던 부동산시세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를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들이 잇달아 나와 관심을 끈다.땅 값은 싸면 쌀수록 좋다. 특히 원자재가 부족한 나라일수록 땅값이 싸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땅값은 세계적이다. 땅값에 가장 민감한 물가도 따라서 비쌀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싼 땅값에 고임금, 엄청난 물류비는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외국의 신기술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마저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공장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켜 산업의 공동화 현상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아왔다. 사놓으면 오른다는 땅값 신화때문에 재벌들도 은행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했다. 제조업에 유입되어야 할 자금이 왜곡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결국 땅값 폭등을 조장하고 거품경제의 원흉이 된 셈이다.
지난 94년말 현재 우리나라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총대출의 41.5%에 달한다. 땅값이 10% 내릴 경우 은행은 부동산 담보가액이 3조1천억원 정도 하락, 부실 채권화 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또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의 세수도 연간 2조5천억원이나 감소, 정부의 재정수지 악화도 예견된다.
땅값에 관한한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불황으로 거품경제가 벗겨지면서 땅값도 내려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96년까지 4년간 땅값은 전국 평균 25.6%나 떨어졌으며 동경은 무려 44.7%나 폭락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3월말 현재 일본은행들의 부동산담보 부실채권은 무려 34조6천8백억엔에 달해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가 도산하기도 했다.
일본정부에서도 현사태를 복합 불황과 연결지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나 인위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땅값이 안정돼 있는 상황을 활용, 값이 떨어진 유휴농지를 택지로 개발, 부족한 땅을 싼값에 공급해 주고 있다. 은행은 은행대로 부실채권은 과감하게 결손 처분하고 적자에 의한 자기자본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증자를 하고 있으며 해외철수와 인원삭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은행간에 합병을 단행하는 등 금융빅뱅도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은행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우려, 담보물건의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조기 회수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값의 지속적인 하락도 점쳐진다. 부동산이 애물단지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세는 30%가 거품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일본처럼 가지는 않더라도 부동산 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 은행도 이번 기회에 여신 관리를 철저이 해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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