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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포커스]정책금융 '맏형' 산업은행이 보이질 않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강만수 회장이 이끄는 산업은행은 금융권의 '핵'이었다. 강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은행 출범, 즉 '메가뱅크'를 천명했고 산은은 우리은행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민영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산은의 소매금융 돌풍도 매서웠다. 산은이 출시한 '다이렉트 예금'은 출시 1년여 만에 6조원 이상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강 회장의 꿈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소멸했다.

후유증이 너무 큰 탓일까.

박근혜 정부 들어 산업은행이 너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책 실기와 리더십 부재가 이런 평가를 만든 결정적인 이유다. 특히 위기에서 수장인 홍기택(사진) 회장의 역할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금융공사와 합쳐져 내년 1월 출범할 '통합 산은'이 위태해보이는 이유다.

당장 동부만 해도 산은이 짜놓은 각본인 '동부패키지(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의 포스코 인수'가 좌절되며 채권단 전체에 부담이 가는 자율협약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조율 능력 부재와 구조조정의 능력 부족은 그룹의 위기를 도리어 키웠다. 금융당국이 시어머니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일차 책임은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팬택의 구조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도 산은의 역할론에 회의를 들게 한다. 이통사의 출자전환 카드가 힘들어지자 산은은 팬택의 숨만 간신히 붙여준 상태에서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맏형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부행장은 "산은이 따로 기일을 정하지 않고 이통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더는 책임 지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냐"고 꼬집었다.



리더십 위기는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4년 만에 1조4,000억원이 넘는 대형 적자를 기록한 산은은 올 초 충당금을 털어내고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동부제철과 청해진 해운 등의 부실 여신에 발목 잡혀 흑자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자회사인 대우증권·산은캐피탈 뿐 아니라 KDB생명·대우건설 등의 실적이 줄줄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과 반년 동안 정금공과의 통합을 추진, 어지러운 직급체계를 조정하고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리더십으로 어려운 숙제를 감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확산되는 이유다. 현 상태라면 통합 산은은 팀장급 인력이 지나치게 많은 항아리형의 기형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산은 내부 관계자는 "정금공 팀장 인력을 소화하기 위해 조직을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위인설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홍 회장이 통합 산은의 조직 구조조정과 비전 제시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시기"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개척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산은은 지난 4월 2018년까지 해외영업비중을 20%(현재 10%대)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정책금융 개편안에서 국책은행의 해외 사업을 수출입은행 중심으로 하면서 산은의 영역은 되레 좁아졌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합 산은을 통해 정책금융의 중복 업무를 해소해도 강 전 회장이 민영화를 추진했던 배경인 시장과의 마찰 부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며 "시장친화형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은의 새로운 목표는 너무 상충하는 가치이고 방향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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