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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골프칼럼] 기브하이소

오전에 골프라운드를 끝낼 양으로 꼭두 새벽부터 성 박사 집앞에 모두 집결했다.하늘에 점점이 별이 깔려 있는데 싸늘한 겨울 공기가 귓볼을 때린다. 세사람의 골프클럽을 차 트렁크에 싣고 돌아서는데 『장 박사가 오너 드라이버니 오너 하이소』라며 예절바른 성 박사가 차에 먼저 오를 것을 권한다. 익숙치 않은 새벽길을 달리다 이정표를 놓쳤는데 갈수록 낯설다. 뒷좌석에서 성 박사가 잠에 취한 목소리로 『장 박사, 지금 OB낸거 알고 있제』라며 가는 길을 수정해준다. 『다음 골프에서 슬라이스 내고 페어웨이로 한참 가다 신호등에서 훅을 내면 골프장 표시판이 나올끼다.』 골프용어로 시 한수 읊듯이 확실(?)하게 길안내를 해준다. 이 정도로 골프가 생활화돼 있으니 대학교수인데도 80대 스코어를 유지하는가 보다. 코스 곳곳에 잔설이 있고 날은 차가운데 스윙이 쉽지 않다. 손끝이 시려 언 그린위에서의 퍼팅도 여의치 않다. 엉성한 샷이 나올 때마다 『기브(GIVE 또는 GIMME)하이소, 멀리건(MULLIGAN)하이소』하며 옆에서 성 박사가 계속 거든다. 일전에 기브 시비로 골퍼들이 멱살을 잡고 싸우다, 급기야 골프채로 상대방의 머리통을 후려치는 사건이 나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속된 말로 기브나 멀리건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다. 달라고 할 수 없으며 설령 받아도 온당치 않는 경우라면 사양하는 것이 골퍼의 도리다. 골프 에티켓의 기본은 겸양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을 있는 그대로 쳐야 함을 원칙으로 하며, 모든 룰의 적용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적용해야 한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경우에 대비해 플레이어를 구제해 주는 예외의 조항을 알고 있어야 어디에서든지 제 몫을 다하는 골퍼구실을 한다. 섹스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골프 스코어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자의로 멀리건, 기브를 받으며 플레이를 즐긴다니 체통을 지켜야 할 대통령 골퍼로서 영 말이 되지 않는다. 골프코스를 여자에 비유한 명언들을 살펴보면 그럴싸하다. 기브와 멀리건을 즐기는 골퍼가 필드에서 환영받지 못하듯이 베드룰 골프에서도 제 구실을 할까, 상상해본다.【강화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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