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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산업지도 바꾼다] <1> 막오른 플랫폼 패권전쟁

5년 된 우버 시장가치, GM ⅓ 넘어… 혁신 IT에 기존산업 밀려나

애플 아이폰 출시 계기 산업재편 가속도 붙어

6년 된 에어비앤비는 530개 호텔체인 가진 하이야트보다 비싸

"1등 플랫폼만 생존" 주도권 경쟁 가열될듯



최근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여느 때와 달리 맑고 화창했다. 일요일 오후 우버와 에어비앤비 본사가 있는 시내는 조용했고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페이스북 본사도 직원보다 관광객이 더 많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간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상을 혁신의 폭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디지털 자이언트들이 어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지, 우버와 에어비앤비 외에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호세 본사에서 만난 릭 버그먼 시냅틱스 회장은 "10년 전 구글은 작은 회사였고 페이스북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가 빠르다"며 "마찬가지로 10년 후 산업지도가 어떻게 바뀌고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들어보지도 못했던 스타트업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 10년 후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성공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산업지도는 IT로 인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속에 기회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혁신 기업으로 꼽히는 우버·에어비앤비·킥스타터·유다시티 등은 여전히 낯선 이름들이다. 그러나 6년 된 우버의 시장가치는 100년 기업 GM의 3분의1을 넘어섰고 7년 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 500여개의 호텔을 가진 하이야트보다 비싸다.

◇축적된 IT 인프라, 산업지도 재편에 가속도 붙였다=1969년 인터넷의 전신인 아르파넷이 등장한 후 45년이 지났다. 서서히 빨라지던 혁신이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박성파 엔지니어는 "올해 휴대폰 70억대, 인터넷 이용자 30억명, SNS 사용자 2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IT가 기존 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발화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며 "우버처럼 오프라인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서비스들이 우후죽숙처럼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산업이 무너지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킬러 앱' 저자인 래리 다운즈는 '빅뱅파괴'라는 책에서 "IT의 발전으로 제품개발 비용이 크게 줄어 누구나 싸고 좋은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 산업을 불과 몇 달, 심지어 며칠 만에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령 100년 동안 지도를 만들던 미국의 랜드 맥날리사는 1996년 맵퀘스트·야후 등이 인터넷 무료지도를 내놓자 7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1991년 등장한 상업용 GPS내비게이션은 구글이 맵스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15%, 1년 반 동안 85%나 하락했다. 신규 제품이 공짜에 실시간 업데이트, 다른 앱과 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1등만 살아남는 플랫폼 패권전쟁, 예외는 없다=삐삐·워크맨·시계·카메라 등 제품은 물론이고 비디오가게·음반가게·서점·은행 등 상점까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IT발 빅뱅은 기술에 민감한 전자제품과 첨단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산업도 IT 빅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앤드루 맥아피 MIT교수는 "디지털 변혁에 영향을 안 받는 산업이나 회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구글이 검색과 정보로 기존 산업을 뒤흔들고 있지만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로 보험이 꼽힌다. 구글이 맵으로 교통량 정보를, 나중에는 자동차 운영체제(OS)로 운행정보까지 수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여기에 집에 대한 정보는 네스트, 신체정보는 웨어러블 기기로 모을 수 있어 보험상품을 만드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본다.

세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될수록 플랫폼 강자의 힘은 더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2005년 NHN USA를 세운 윤정섭 XOO 대표는 "소프트웨어가 혁신을 주도하면서 변화의 속도도 빨라져 1등이 독식하지만 시장 또한 빠르게 변하면서 1등을 오래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강력한 플랫폼이 모든 분야에서 좋고 싼 제품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트렌드에 민감한 벤처캐피털들도 플랫폼을 주목한다. 실리콘밸리에서 1988년부터 25년 넘게 벤처투자를 한 KTB벤처스의 이호찬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이미 2006년·2007년에 하드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끝냈다"며 "지금은 플랫폼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상장 전에 이미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온 클럽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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