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크롬비, 홀리스터, 톱샵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에 글로벌 SPA 브랜드의 2차 공습이 시작됐다. 이미 몇 년전부터 시작된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1차 공세에 국내 패션 시장의 주도권이 빼앗기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2차 공습 경보가 울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명 캐주얼 SPA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A&F)가 운영하는 '아베크롬비앤피치'와 '홀리스터'가 올 하반기 국내에 상륙한다.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청담동에 매장(2층 70평 규모) 임대차 계약을 완료하고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홀리스터는 오는 8월 문을 여는 여의도 IFC몰에 1호점을 낸다.
그 동안 국내 기업과 합작 진출 등 한국 시장 진출설이 무성했던 영국 SPA 브랜드 '프라이마크', '톱숍' 역시 최근 직진출로 가닥을 잡고 국내 시장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직진출을 선언한 스페인의 '망고'는 제일모직으로부터 망고 유통망 5개점과 재고 물량을 전량 인수하고 올 하반기부터 주요 상권에 매장을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영국, 일본, 미국, 스페인, 스웨덴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국내에 집합함에 따라 국내 패션 시장은 SPA를 주축으로 하는 치열한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SPA 브랜드 가운데 대기업이 전개하는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만 소비자들의 관심 속에 토종 브랜드의 명목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공습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리뉴얼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제일모직은 '빈폴'을 '바이크 리페어 숍'으로 리뉴얼하면서 저가 상품군을 확대했다. 품질과 디자인은 빈폴진 수준을 유지하되 20~30% 정도 가격을 낮춰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췄다.
지난해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을 인수한 세아상역은 올여름 메이폴을 리뉴얼해 재탄생시켰다. 메이폴은 가격대를 유니클로와 맞먹는 수준으로 20~30% 하향 조정했으며 2주마다 신상품을 공급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SPA 브랜드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이다.
에이션패션의 이지 캐주얼 브랜드 '팀스폴햄'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단행해 가두 대리점을 확대하며 SPA 브랜드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애드호크(AD HOC)'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대를 30% 가량 낮춘 프리미엄 베이직 라인 '템즈 애드호크'를 신규 런칭하고 볼륨 라인으로 전개한다.
행텐코리아의 H&T는 올 가을 대형 편집매장을 오픈하는 등 연말까지 100평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2개 이상 열기로 했다. 연간 상품 스타일 수를 60% 이상 확대해 1,500 종류의 모델을 출시하며 SPA 브랜드 못지 않은 상품군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패션업체 한 마케팅 담당자는 "하반기에는 SPA 브랜드와 타깃층이 겹치는 캐주얼 브랜드들의 변신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SPA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생존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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