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간 돈이 5,60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세회피처에 보내는 외화 규모가 10년 전보다 6배나 늘고 돈을 내보낸 개인도 50%나 증가하는 등 급증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제신문이 5일 입수한 '조세회피처 외화송금 내역'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ㆍ홍콩 등 62개국 조세회피처로 나간 외화는 총 5,635조7,994억원에 달했다.
2003년 78조707억원이었던 송금 규모가 10년 만에 약 453조354억원으로 5.7배나 늘었다.
조세회피처란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를 말한다.
자료에 등장한 조세회피처는 영국ㆍ홍콩ㆍ싱가포르ㆍ스위스 등 모두 62개국이다. 이는 관세청이 조세회피처로 선정해 관리하는 나라 전체로서 전체 국가의 송금내역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에는 국세청이 들여다보는 50개국도 포함돼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돈이 송금된 국가는 영국ㆍ홍콩ㆍ싱가포르였으며 그 밖에 네덜란드ㆍ필리핀ㆍ스위스ㆍ캐나다ㆍ룩셈부르크ㆍ아일랜드ㆍ말레이시아(라부안)ㆍ아일랜드ㆍ케이맨제도가 상위를 차지했다.
조세회피처로 돈을 보내는 개인과 법인 수도 증가했다. 개인은 10년 전 2만7,500여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만700명으로 50%가량 급증했다. 법인은 10년간 13만4,900여개에서 14만2,200개로 늘었다.
이번 자료는 합법적으로 신고한 경우만 해당돼 미신고한 금액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과세당국의 예상이다. 신고한 경우도 현지에 법인을 세운 후 이를 통해 다른 법인을 설립해 돈의 흐름을 국내 과세당국이 포착할 수 없도록 막는 사례가 발생한다.
역외탈세가 급증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 과세당국은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간 돈의 규모를 다시 한번 정밀 검증하는 한편 조사의 고삐를 더욱 죄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간 자금에는 역외탈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세회피처 중 조세협약을 맺은 나라를 중심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만우 의원은 "돈이 한번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가면 역외탈세 혐의가 있어도 직접 조사하기 어렵고 혐의를 밝혀도 자산을 압류하기 힘든 만큼 조세회피처의 외화송금 내역을 정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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