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경상수지 흑자액이 90억달러를 넘어서며 32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로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의 질을 따져보면 달갑지만은 않다. 원화 강세, 내수 침체의 여파로 수입이 줄어드는 불황형 구조가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흑자의 폭이 언제든지 줄어들 수 있는 '탄탄한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중국이 가공무역 제한 등의 정책을 꺼내면서 앞으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다.
한국은행은 27일 '10월 국제수지(잠정)'에서 경상수지는 90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흑자는 9월 74억1,000만달러보다 20% 넘게 증가한 수치로 월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0월(111억달러)과 5월(99억달러), 올해 5월(90억8,000만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액수다.
부문별로는 상품수지 흑자액이 86억6,000만달러로 9월 75억1,000만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9월 2억8,000만달러에서 10월 2억5,000만달러로 소폭 줄었고 임금과 투자소득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 흑자액은 9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최근 32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811억5,000만 달러)의 규모는 물론 한은이 제시한 예상액(840억달러)도 넘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출·수입 장부를 들여다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수지타산이 좋아진 것은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바탕이 된 게 아니라 수입이 쪼그라든 결과다. 실제로 1달 새 흑자폭이 10억달러 넘게 증가한 상품수지 부문을 보면 수출액은 521억6,000만달러로 2.8% 늘었지만 수입액은 435억1,000만달러로 0.6% 느는 데 그쳤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다.
더욱이 중국의 수입대체산업 육성 정책으로 가공무역이나 중개무역 성적이 나빠지고 있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10월 중개무역수지는 991만달러로 한 달 전에 비해 20억달러가 줄었다. 중개무역순수출액 규모가 1,000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까지 포함하면 경상수지 흑자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예상액(840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중개무역을 포함한 상품수지만 놓고 보면 무역 여건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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