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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만금사업 중단 대안있나

이순혁(李淳赫) 한국농공학회장·충북대 농대학장새만금사업은 지난 91년 착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외곽시설인 방조제공사의 사업비만도 1조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98년까지 8,600억원이 투입돼 49%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제2의 시화호가 우려되고 갯벌의 가치가 높아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게 이유다. 그렇다면 새만금 방조제의 공사중단이나 사업백지화의 대안이 있으며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만약 사업을 백지화하고 원상회복할 경우 방조제 헐기 공사가 축조공사보다 훨씬 어려워 새만금 전체 사업비 1조7,000억원에 버금가는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축조된 방조제 공사비를 감안하면 2조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과연 가능한 대안일까. 또 사업을 중단하고 바다를 열어놓은 채 교량으로 연결하거나, 조력발전소 를 건설하는 방안이 제기된 바 있다. 바다를 열어 놓은채 교량으로만 연결하는 것은 방조제 축조 목적을 포기하고 도로역할만 하게 되므로 수익성이 없다. 조력발전소 방안도 조력발전의 적지 문제와 함께 이미 설치된 방조제의 축조 목적이 상실돼 역시 수익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방조제 공사는 바다 바닥의 연약한 갯벌 위에 토목섬유포를 깔고 그 위에 돌을 얹어 지반을 보호하면서 공사를 추진했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할 경우 조류에 의해 언제 어디서 세굴과 붕괴유실이 일어날지 모른다. 특히 새만금 해역은 18억톤의 엄청난 조류가 하루에 두번 빠른 속도로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공학적으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사중단 때에는 더 큰 환경재앙과 막대한 사업비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다. 수질개선 문제에 관해 언급해 보기로 한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수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방안은 있되 힘든 것」인지가 우선 규명돼야 한다. 방안이 있다면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 자치단체·지역 주민이 합동으로 노력하면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흔히들 상류하천의 수질개선비용이 새만금사업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새만금호가 없더라도 수질개선사업은 당연히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시화호의 경험은 사업을 추진함에는 반드시 수질개선대책 등 친환경적 개발이 필요함을 일깨워준 아주 값비싼 교훈이다. 그러나 시화호적 시각에 의해 새만금사업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 새만금호는 시화호와 달리 수질 오염원이 호수에서 먼거리에 위치해 있고 유역내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발생량도 시화호에 비해 6분의 1 정도로 적다. 수질오염농도도 5분의 1 이하로 낮으며 호수에 유입되는 수량도 담수용량에 비해 4배이상 크기 때문에 물순환 주기가 빠른 여건 등 수질·수문 특성상 매우 양호하다. 때문에 수질보전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면 수질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서남해안에는 새만금호와 유사한 농업용 담수호가 7개소가 조성돼 있다. 이 담수호들은 새만금호의 3배나 되는 7억4,000만톤의 저수용량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 논면적 116만㏊의 16%에 해당하는 광활한 면적에 수질오염에 별 문제없이 농업용수를 공급 하고 있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갯벌의 가치와 농경지의 가치비교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갯벌의 가치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충분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며 주로 외국의 문헌과 한정된 자료에 의해서 가치가 평가되고 있다. 새만금연구보고서 등에서는 농지의 가치가 더 높게 나타난 보고서도 나와있다. 21세기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와 통일시대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식인 쌀은 생산지역이 한정돼 있고 국제교역량도 200만톤 규모로 그리 크지 않은 시장규모다. 따라서 어느 한 곳에서 기상재해가 발생한 때에는 충분한 공급량 확보가 어렵고 값 또한 폭등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폐쇄사회인 북한에서도 식량 때문에 굶주리는 현실, 식량구걸에 매달리고 있는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새만금 사업으로 얻어지는 농지확보에 의한 식량안보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발과 보전은 항상 상충되어온 과제로 어느 한쪽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때문에 새만금 사업은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환경문제를 검증, 친환경적인 개발방안을 강구하고 사업중단 등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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