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에 합의했지만 방송과 통신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담당 부처가 사분오열되면서 새 정부의 ICT 통합 육성 계획에도 혼선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관리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ㆍ총리실 등 세 곳으로 쪼개지면서"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수요와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들게 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합의한 개편안이 새 정부가 의도한 ICT 융합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나갔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는 방송과 통신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고 기능을 합쳐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담당 부처가 여러 개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주파수 관리다. 정부는 지난해 스마트 미디어 시대 주파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600MHz 폭 이상의 주파수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수립했다. 스마트폰과 롱텀에불루션(LTE) 등 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수요로 인해 주파수 자원이 조만간 고갈될 수 있는 만큼 기존 주파수 대역을 재배치하거나 공유해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파수 정책이 세 부처로 분리되면서 주파수 수급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지상파 디지털 방송국 채널을 재배치해 신규로 700MHz 대역을 확보한 후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할당할 예정이었다. 전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그러나 주파수를 용도별로 관리하게 되면 주파수 공유 및 재배치 정책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지상파 방송업계가 "난시청 해소와 양방향 TV 등 방송용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방송용 주파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방송은 케이블TV로 가는 추세"라며 "방송용과 통신용 주파수에 대한 구분을 놓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TV와 소프트웨어ㆍ디지털콘텐츠ㆍ정보화 등 다른 ICT 관련 분야도 소관 부처가 나눠져 일관된 정책과 통합적인 육성이 힘들 전망이다. 가령 방송통신 융합의 핵심인 TV산업 중 IPTV는 미래부가, 스마트TV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채널정책은 방통위가 나눠 맡도록 하는 등 오히려 ICT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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