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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충북 음성군 대소 인터체인지(IC)에서 차로 10분을 달리자 침대·매트리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33만㎡ 규모)를 자랑하는 에이스침대(003800)의 공장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단지 안에는 매트리스 제조 공장과 침대의 가구 부분 제조 공장, 물류센터, 침대공학연구소 등이 대학의 캠퍼스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매트리스 제조 공장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도금된 스프링 강선이 기계로 빨려 들어가 우리가 TV광고에서 익히 봐왔던 매트리스 형태의 스프링이 자동으로 생산되는 장면이었다. 이 제조라인에서 출고되는 스프링이 에이스침대가 14년을 공들여 개발한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이다.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하단부는 연결형 스프링으로 돼 있어 지지력을 키워 주고 그 위에 독립형 스프링 노출돼 있어 반발력을 키운 스프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 14개국의 특허를 받았다. 에이스침대 음성공장에서는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을 하루 최대 250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4월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을 적용한 침대를 처음으로 선 보였고 당시에는 에이스침대가 개발한 스프링 기술을 스프링 기계 제조업체가 따라가지 못해 기계 설비가 1대밖에 없었지만 이날에는 5대가 쉴 새 없이 스프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스프링 적용 매트리스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1%에서 올 1·4분기 56%까지 늘었고 2·4분기 들어서는 60% 이상까지 늘어났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실적이 하이브리드 Z 스프링 적용 침대 출시 이후 올 1·4분기 들어 소폭 개선됐고 2·4분기부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의 여파가 있었음에도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말까지 두 대의 하이브리드 Z 스프링 제조 기계를 더 들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안 사장이 직접 14년 전부터 개발을 주도해 왔다. 개발 초기 연결형 스프링과 독립형 스프링을 결합한 스프링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스프링 상단에 노출된 독립형 스프링과 연결형 스프링이 부딪히면서 소음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스프링에 부직포를 씌워 소음을 잡았다. 그 제품은 바로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의 전 버전인 '하이브리드 파워 스프링'이었고 5년 전 제품화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기계화를 하더라도 스프링 위에 부직포를 덧대야 하기 때문에 양산성이 떨어졌다. 이 때 안 사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상단의 독립형 스프링에 하중이 가해졌을 때 하단의 연결형 스프링에 맞닿는 부분을 'Z'자 형태로 구부려 100Kg이 넘는 하중에도 서로 맞닿지 않게 고안한 것이다. 양산성과 생산성을 갖춘 에이스침대의 역작이 탄생했지만 스프링 기계 제조업체가 이를 만드는 데 또 시간이 걸렸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Z 스프링 출시 초기에는 1대의 기계밖에 사용을 할 수 없어 밀려오는 주문을 맞추기 어려웠다. 올 2분기부터 그 기계 수를 5대로 늘리면서 에이스침대의 14년 숙원사업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
40년 넘는 매트리스 제조 경력을 지니고 현재 생산공정을 이끌고 있는 김정균 에이스침대 부사장은 "침대는 딱딱하기만 하면 혈액순환이 안돼 숙면에 방해가 되고 부드럽기만 하면 몸을 뒤척일 때 더 힘이 많이 들어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며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스프링으로 반발력이 높아 큰 힘을 가하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기 수월하고 누웠을 때 하부에서 단단하게 받쳐줘 안정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지 내에 위치한 침대공학연구소에서 폼 매트리스와 독립형 스프링 그리고 하이브리드 Z스프링에 15파운드 볼링공을 같은 위치에서 떨어뜨려 반발력을 테스트해보니 하이브리드 Z 스프링에 떨어진 볼링공은 28~30번을 튀어 오르는 반면 독립형 스프링은 5번, 폼 매트리스는 1번 튀어 오르는 데 그쳤다.
안 사장은 또 이 스프링의 14년간의 연구개발비와 대당 18억이나 하는 기계설비 구입비를 소비자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안 사장은 "고객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좋은 스프링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며 "이전의 스프링 모델의 양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제품인데다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이전 모델과 비슷한 가격으로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을 적용한 매트리스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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