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고베항 앞바다를 메워 만든 '포트아일랜드'라는 인공섬에는 의료 바이오 벤처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습니다. 입주사 265개사 가운데 하나가 '올림푸스RMS'인데요. 카메라 브랜드로 친숙하지만 알고 보면 세계 내시경 시장을 장악한 일본 올림푸스와 국내 기업인 세원셀론텍이 50:50으로 합작한 회사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대개 100%의 지분을 확보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인데요.
올림푸스RMS는 일본 의약품 의료기기청(PMDA)으로부터 재생관절의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해 4년째 씨름하고 있습니다. 장정욱 올림푸스RMS 본부장은 "2017년까지 재생관절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며 "퇴행성관절염과 직결된 시장만 수조엔 규모이며 사고로 관절이 손상된 환자까지 포함하면 시장은 더 커진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손을 잡기 가장 유리한 분야는 의료입니다. 아베 정부는 지난 3월 고베를 포함한 간사이 지역을 의료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했습니다. 특히 재생의료 등 선진 의료를 키우는 특구로 거듭나기 위해 벤처 기업, 글로벌 기업의 입주나 연구개발에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해 권역 내 병원에서는 혼합진료를 허용하고 의료기관이 재생의료 등 선진 의료를 진행할 경우 심사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요즘 만나는 일본 제약회사들은 한국에 관심이 높습니다. CRO(Clinical Research Organization)를 통해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회사도 있고 또 재생의료와 관련한 한국 벤처 기업을 찾는 곳도 있습니다. 동양인의 체질에 맞는 의약품, 의료기기를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경쟁 관계지만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고베에서 올림푸스RMS 같은 기업의 새로운 성공 사례가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최장성 오사카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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