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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총체적 위기(사설)
입력1997-10-18 00:00:00
수정
1997.10.18 00:00:00
우리 경제가 불안의 단계를 지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의 연쇄부도, 금융부실화가 금융시장의 경색을 빚었다.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외자도입이 어려워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하다.여기에 정치가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강 펀치를 먹였다. 비자금 파문이 불안감을 확산시킨 것이다. 끝내는 증시마저 무너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지수 6백이 깨졌다. 경제의 거울인 증시붕괴는 충격이다.
예고된 신용공황, 금융대란설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 증거다. 총체적 경제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본질은 정부와 정치권이 합작한 경제 죽이기에 있다.
경제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와 무책이 경제의 병을 깊게 하여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때에 정치권이 나서서 빈사경제의 숨통을 누른 셈이다.
원인이 그렇다면 위기타결의 해법도 거기서 찾는게 순리다. 먼저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경제에 실망감을 더해 주고 있다.
여야의 뒤바뀐 폭로행태도 그렇지만 비자금과 연루된 기업의 명단이 불쑥 튀어나와 경영의욕을 위축시키고 대외신인도의 추락을 부추겼다. 또 금융실명제의 핵심인 비밀보호 조항을 무력화함으로써 불안심리와 금융왜곡이 심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제동과 조정할 힘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 해도 무소신이 지나치고,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경제를 죽이고 정권을 얻을 수도 없다. 비자금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회생에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살리기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너무 늦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도저라도 동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제가 꼬이게 된 원인은 기아사태의 장기화다. 경제팀의 현실진단과 처방이 잘못됐기 때문에 기아사태는 대기업 연쇄도산과 금융경색을 불렀다.
올들어 상장사 25개가 쓰러졌고 50위내의 그룹만도 6개나 부도가 났다. 부도율이 1%를 넘어섰다. 자금시장 경색은 여전한 채 부도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마저 무너져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꿈을 꾸고 있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참아야 한다며 시장경제 논리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논리는 효과가 거꾸로 나타나 경제를 죽이는 독약이 되고 있다. 마치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술, 담배끊고 스트레스 받지 말며 적당히 운동하라고 처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통하나 병이 깊은 환자에겐 죽으라는 말과 같다.
기아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곧 경제위기를 푸는 첫 가닥이다. 그 처방은 종금사의 자금난 해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금융경색의 진원은 금융부실, 특히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자금난이다. 종금사의 무차별 여신회수가 자금시장 불안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금사에 넉넉히 자금을 지원해야 왜곡된 금융흐름이 트인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도 숨통이 열리게 된다.
정책의 투명성 일관성 형평성은 언제나 경제운용의 기본이다. 최근 부실기업처리 기준이나 원칙없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불안감이 없어야 기업의욕이 살아나고 경제도 회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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