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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금감원 '헛공약' 테마주 범죄 키웠다


지난 2009년 말 금융감독원은 새해 업무설명회 자리에서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통화기록과 인터넷주소 등에 대한 조회권 확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첨단 부정행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인터넷주소 등에 대한 조회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후 금감원은 해마다 감독 선진화방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2년이 넘도록 진전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사생활 보호를 내세운 관련 부처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SNS의 이용이 생활화된 현대인들의 생활 습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금융감독 장치로는 첨단화되고 있는 증시 불공정거래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기사 17면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이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이나 통보된 불공정 행위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불공정행위로 검찰에 고발ㆍ통보된 건수는 지난 2007년 138건에서 2008년 115건, 2009년 142건, 2010년 138건, 2011년 152건으로 늘었다.

문제는 금융범죄로 의심된 사건이라도 사법 당국에 의해 위법성이 입증되는 비율이 극히 낮다는 데 있다. 2010년 한국거래소가 적발한 불공정거래 혐의 338건 가운데 검찰에 고발된 건수는 138건에 불과하고 이 중 기소된 것은 18건에 그쳤다. 불공정 거래혐의 사건의 5.3%만 기소된 것이다.

통상 거래소가 불공정 혐의를 적발하면 내용 조사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통보를 하고 감독원에서 문제가 있는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게 되는데 이 과정자체에 수개월이 소요되고 그나마 금감원 등에는 조사권이 없어 SNS를 활용해 치고 빠지는 범죄 단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8월 한 상장사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찍었다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유포되면서 증시가 출렁거린 사건이다. 이 사진은 때마침 불어닥친 대선 테마주 열풍과 맞물려 삽시간에 해당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사진은 가짜로 판명났고 결국 주가가 급락하면서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만 큰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이 2년 전부터 인터넷 주소 등에 대한 조회권 확보에 나선 것은 이 같은 기술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마다 ‘헛 공약’만 남발할 뿐 법무부 등 관련 부처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법무부는 사생활 보호를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갈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금융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도입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초기부터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 두고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금융범죄를 잡기 위해 21개 기구로 특별조사 기구를 만들어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내부자 거래 범죄를 잡기 위해 이메일 조사는 물론 도청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금감원이 관련 부처의 반대에 부딪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SNS로 무장한 작전세력들은 당국의 대책에도 아랑곳 않고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정치 테마주만 80여개가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정국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센터장은 “허위사실을 믿고 투자했다가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금융범죄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며 “정부는 첨단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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