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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포스코의 잔혹사… 정권 바뀔때마다 외압 논란

김영삼 전 대통령과 故박태준 불화설 시작<br>정준양 비자금 의혹까지<br>권오준 현 회장으로 불똥튈지 초미의 관심


"이번 정권에는 조용히 넘어갔나 했는데…."

검찰이 지난 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포스코그룹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포스코건설을 넘어 포스코그룹을 겨누고 특히 이명박(MB) 정권 시절에 재임한 정준양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P&S는 모두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탈세 의혹 등이 불거졌다. 정 전 회장 재임 동안 계열사가 2배 이상 늘어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고 전 정권에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판단하는 듯하다.

◇포스코의 계속되는 수난사=정 전 회장의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포스코는 다시 한 번 수난사를 겪게 된다.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회장 선임과 퇴임 등의 과정에서 번번이 정권의 외압 논란이 있었다.

잔혹사는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사퇴한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10월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모든 공직에서 사퇴, 일본으로 떠났다.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인 외풍으로부터 포스코를 흔들림 없이 지켜온 그이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불화설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당시 정계에서는 박 명예회장이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거절해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어 포스코 수장에 오른 황경로 전 회장과 정명식 전 회장도 포스코를 오래 이끌지 못했다.

황 전 회장은 임기 6개월을 간신히 채웠고 후임인 정 전 회장도 회장 승진 1년 만에 사임했다. 이들은 모두 포스코 내부 출신 인사로 '박태준의 사람'으로 분류돼 정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포스코 회장은 외부인사 출신으로 넘어간다. 4대 회장인 김만제 전 회장은 재무장관 출신으로 1994년 3월 취임해 4년간 포스코 수장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포스코의 정부 지분은 재무부와 산업은행을 합쳐 35%에 이르던 시절이라 회장 인선에서 정부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었다.



김 전 회장 이후에는 다시 포스코 내부 인물들로 채워졌다. 김 전 회장 이후 유상부 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이 차례로 포스코를 맡았다. 이들은 모두 포스코 내부 출신으로 모두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후 모두 석연치 않게 퇴임했다.

이 전 회장은 연임 직후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돌연 자진사퇴했고 유 전 회장 역시 2002년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어 7대 회장인 정준양 전 회장은 2013년 정권 교체와 맞물려 국세청의 포스코 수사 등이 본격화하면서 그해 자진 사퇴 의사를 표했다.

◇정준양 전 회장을 향한 화살…끝은=정 전 회장은 2008년 말 포스코건설 사장 발령 3개월 만에 포스코 회장에 선임돼 2014년 3월까지 재임했다. 유력 후보들을 물리치면서 화제가 됐고 정권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제는 정 전 회장 재임 이후 포스코의 확장 속도다. 재임 직후 30여개였던 계열사는 3년 만에 7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세금 포탈 등과 같은 불법이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이번 수사의 타깃이 정 전 회장으로 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외에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포스코P&S·포스코플랜택 등은 모두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발생했던 사건이다. 국세청은 2013년 9월 포스코P&S에 세무조사를 한 뒤 1,300억원대 탈세 의혹이 있다면서 검찰에 고발했다. 포스코P&S는 포스코가 생산한 철강 제품을 가공·판매하는 업체로 검찰은 지난해 4월 포스코P&S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재배당했다. 포스코플랜택의 경우 2010년 3월 부도 직전의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성진지오텍은 부채비율이 1,600%를 넘었고 2,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는데 포스코는 지분 40.38%를 시세보다 2배나 높은 1,593억원에 사들여 문제가 됐다.

포스코플랜텍은 지금 자본이 잠식되는 등 부실이 심각한데 합병 당시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정 전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관심은 수난사가 현 수장인 권오준 회장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권 회장은 정·관계에 이렇다 할 '끈'이 없어 지난해 3월 취임 때부터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전임 회장이 벌려 놓은 부실 사업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권 회장은 연임에 욕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구조조정 차원에서 제시한 인천공장 패키지 인수를 거절할 수 있었던 데도 이런 강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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