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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없는 정부/김상석·정경부(기자의 눈)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문제지만 배가 사공없이 표류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닌가.』최근 금융시장의 혼란과 위기국면을 두고 금융계인사의 한숨섞인 푸념이다. 한보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정치권, 재계, 금융권을 온통 휘젓고 다니던 검찰이 한보사태를 재조사한다고 한다. 대검 중수부장을 수사 도중에 전격 교체하면서까지 재수사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의 검찰수사가 한보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수사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재기를 위한 심기일전을 다짐하던 금융권은 또다시 태풍의 눈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검찰수사과정에서 곤혹을 치렀던 금융기관 직원들은 똑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의 서릿발같은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할 입장이다. 한보와 삼미사태로 자금사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은 이번 한보재수사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고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도 추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가지 사안을 놓고 왜 이런 비효율과 낭비가 벌어지는가. 우리 경제가 망가지고 경제주체들은 도저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이번 한보사태를 둘러싼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한보와 관련해 의혹을 뿌리뽑아야 한다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이같은 시행착오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납득할 사람 역시 아무도 없다. 이번 한보 재수사는 정부가 과거에 부르짖었던 「성역없는 수사」가 한낱 허구에 불과했음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는 꼴이 돼 버렸다. 그러나 이같은 허구를 창출한 누군가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경제문제는 더 심각하다. 과거 시장원리에 입각해 경제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돼야 할 상황에서는 배가 산으로 가도록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이제와서는 노를 저을 생각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 작금의 상황이다. 강경식 부총리는 취임이후 시장원리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경제전체가 시장외적 요인들에 의해 철저히 망가진 상황에서 강부총리의 발언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위기국면의 예민한 시장상황에서 당국자들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파급을 초래할 것인지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은 시장원리를 논할 때가 아니라 시장 자체를 파국에서 건지는 일이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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