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사회공헌활동도 신경 써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일자리 창출과 기부 및 봉사활동 등을 주식 거래 증권사 선정의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적 기관인 국민연금이 평소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증권사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 평가는 정량평가(75점)와 정성평가(25점)로 구성돼 있다. 정량평가에선 재무 안정성, 경제지표·기업실적 전망자료, 수수료, 포트폴리오 운용 제안, 매매 실행 및 관리, 법인 영업인력 안정성 등을 들여다본다. 정성평가에선 주식운용 리서치와 운용전략 리서치 등 리서치 역량을 본다. 국민연금은 정량평가에 사회공헌활동을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에 신경을 쓰는 대형 증권사들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과 은행지주 계열의 대형 증권사는 지주회사에서 사회공헌 점수를 매기면서 관리를 하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근근이 먹고사는 데 바빠 상대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결국에는 대형사에 유리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공헌활동 항목의 신설이 '먹튀' 이미지가 강한 외국계 증권사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최소한의 인력만 유지하면서 철저하게 실리만을 챙겨왔다"며 "국민연금이 투자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회공헌활동을 보겠다는 것은 이들을 견제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 거래 증권사는 40곳이며 이 중 14곳은 외국계 증권사다.
국민연금은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에 대한 점수의 변별력도 높일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서치 인원이나 규모 등 역량에 따른 점수가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국민연금이 평가 항목을 조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실제 증권사별로 리서치 규모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리서치의 질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이 리서치에 대한 평가를 보다 엄격하게 하면 증권사들도 리서치를 보다 신경 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거래 증권사 선정 기준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매 분기마다 선정하던 거래 증권사를 반년에 한 번씩 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 평가 방안의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3개월마다 한 번씩 거래 증권사를 선정하다 보니 증권사들이 국민연금이 제시한 매매 가격을 맞추는 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평가기간이 길어지면 보다 안정적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거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 번 떨어지면 6개월 동안 국민연금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탈락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앞으로 증권사들 간에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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