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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5대그룹 출자전환' 변질되고 있다
입력1998-12-04 00:00:00
수정
1998.12.04 00:00:00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도입된 대출금 출자전환이 5대재벌에 대한 일방적인 특혜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력기업을 선정한다는 당초 방침이 무산되고 비주력계열사를 중심으로 대상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재벌주력사에 대한 대출금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비율 감축과 핵심업종에 대한 역량 집중이란 재벌개혁의 과제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비주력계열사의 금융부담만 완화시켜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출자전환대상 선정원칙이 무너졌다= 은행들은 현대강관과 현대석유화학, 삼성중공업과 삼성항공, 대우그룹의 오리온전기, LG정보통신과 LG실트론, SK옥시케미칼등 8개사를 출자전환대상으로 선정했다.
당국은 이를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주력기업 선정 원칙은 명시하지 않았다. 소규모 출자로 외자유치가 가능한 곳을 선정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위 당국자도 중견기업이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주력기업이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곳중 출자전환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당초 정책목표와는 상이한 내용이다.
경영권 상실을 우려한 재벌들의 반발에 밀려 주력업종 선정원칙을 포기하고 지원규모도 축소해 중견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으로 외자유치를 하자는 선으로 정책목표를 수정한 셈이다.
◆은행통한 재벌개혁 한계 보였다= 은행들이 제출한 명단은 재벌그룹과 은행과의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현대석유화학과 삼성항공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말도록 한 빅딜업종이다. LG실트론과 옥시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원대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다.
대우그룹의 오리온전기는 삼성자동차와 빅딜설이 나오고 있는 대우전자의 납품업체다. LG정보통신은 금융비용부담율(2.9%), 영업이익율(15.5%)를 고려할 때 출자전환 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이다. 원칙에 부합하는 선정업체가 없다시피 했다.
은행 나름대로 변명할 이유는 있다. 그러나 당국의 지시는 따라야 하면서 재벌들과의 힘겨루기에서는 밀리는 은행들의 처지가 이같은 안을 마련하게 한 배경이라는게 은행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을 통해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당국의 구상이 헛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출금 출자전환이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도리어 출자전환이란 형식을 갖추기 위해 비주력계열사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주는 바람에 국민의 세금으로 확충한 은행의 재원을 재벌들에게 나눠주는 형국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그룹의 계열사 2곳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전환한다고 해도 선단식경영등 재벌들의 폐습을 개선시키는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계열사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력기업에 대해 출자할 경우 비상임이사나 감사를 파견해 주력기업의 경영활동을 견제하고 이를 통해 계열전체의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 이같은 기대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재벌개혁 일정과 원칙준수 가능한가= 당국이 올해중에 재벌개혁을 완수한다는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형식적으로 일정을 지킨다해도 내용이 불충분해지고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무원칙한 출자전환대상선정이 7개업종의 빅딜작업에 장애로 대두됐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빅딜대상을 출자대상으로 선정하는 바람에 어떻게 일처리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책집행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는 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재계간담회 재벌개혁의 대강을 확정짓고 15일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반영한뒤 연말까지 대강의 재벌구조조정골격을 짠다는 정부의 구상이 의외의 복병을 만나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정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출자전환대상을 재선정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주력기업선정원칙이 상당부문 훼손된데 이어 비주력기업중 대상을 선정하는 것조차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정을 지키기 위해 내용을 희생시킬 경우 재벌개혁이란 최대과제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정치적 상징성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재벌개혁 작업을 가속화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정지작업을 벌이면서 내실을 기하는게 더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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