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운 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
혁신이 필요한 3D프린터
3D프린팅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는 ‘미래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3D프린팅 벤처 교육과 자격증 시험, 학교 방과 후 수업 등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먼 미래기술에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은 몇 년 내에는 실제 사업화 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이면서 유용한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BM)을 쏟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3D 프린팅은 스캐닝이나 모델링을 통한 3차원의 디지털 자료를 기반으로, 재료를 한층 한층 순차적으로 쌓아올리는 공정을 통해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제조 방식이다. 3D 프린팅 공정은 기존 다른 가공 공정에 비해 제작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약 50%이상, 소재는 약 90%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3D 프린팅 관련 벤처기업을 설립하는데 필요한 공간과 자본이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는 장점을 가진다.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핵심 특허 몇 개가 기한 만료되면서 영국의 RepRap과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프린터 제작을 위한 중요한 기술적 자료들이 인터넷에 공유돼 프린터, 소재, 소프트웨어, 마켓 등의 전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팽창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려도 있다. 지난 4월 말 소비자형 3D프린터 업계의 선도자 역할을 하던 한 3D프린팅 회사는 올 1분기 실적악화로 북미 3개 판매점 문을 닫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장밋빛 예측 일변도였던 3D프린팅 산업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60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대변해주는 과도한 양적 확대와 더불어 많은 신생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격화돼 실적이 악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렇듯 이제는 3D 프린팅 기술 자체에 대한 막연한 흥미나 미래를 논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때다.
3D프린팅 기술이 차세대 제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ICT 기술과 결합·융합 가능성 덕분이다. 현재는 스마트 네트워크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과 3D 프린팅 기술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기반한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픈 소스나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발전에 기반하는 사용자 중심의 제조 환경을 이끌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은 단순한 제조 공정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등의 ICT 기술과의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와치와 같은 웨어러블 IT 기기나 헬스케어 장치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 개인화 및 맞춤형 소비 패턴을 충족시켜야 한다.
3D 프린터가 처음 개발된 것은 30년 전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으나 기술적 토대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잠자고 있던 기술이 지금의 인터넷 기반 환경을 만나 수익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3D 프린팅에 대한 시장의 활성화는 분명하다. 우리가 얼마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지가 문제다.
SNS나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제조 기술 기반의 BM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에서 훨씬 더 나아간 혁신적인 진화가 선행돼야 한다. 기술예측 기관인 IDTechEx에 따르면 비즈니스 모델의 다변화가 이루어짐에 따라서 3D 프린팅 소재 시장은 2023년에 3D 프린터 시장을 따라잡을 것이며 2025년에는 소재시장만 83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소재, 고강도 소재, 그리고 전기가 통하거나 환경에 따라서 변화하는 고기능성 소재 등 소재가 다양화되고 안정적인 프린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프린팅 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기존 대비 100배 빠른 프린터가 소개돼 3D 프린팅 기술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활용성이 급증하고 있는 금속이나 열경화성 플라스틱 소재에서는 기술의 진화가 더디다. 더 나아가서 3D 프린팅 기술이 기존 제조업의 확장이 아닌 SNS나 ICT, 예술 등과 융합해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3D 프린터가 단순한 제조를 위한 장비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 즉 디자인 저작 툴과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위한 소비자 중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이 7월부터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함께 과학칼럼 ‘Science&Market’의 새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문 센터장은 미래융합기술, 3D프린팅 연구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UST) 부교수로도 재직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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