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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2전3기' 美 무대 입성
입력1999-11-23 00:00:00
수정
1999.11.23 00:00:00
그동안 박세리와 김미현, 펄신의 그늘에 가려져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시쳇말로 「찬밥 신세」였던 한국남자프로골프계는 최경주의 미국PGA투어진출로 중흥(中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최경주가 내년도 미국 PGA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풀시드권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남자골프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된 것이다.
최경주의 풀시드획득사실이 알려지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등을 이유로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주요 기업들이 내년에는 중단했던 대회를 다시 열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최경주와 함께 경기를 했던 다른 프로선수들도 「나도 한번」하며 미국무대 도전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세리가 김미현과 박희정을 미국무대로 이끌었듯 이제 최경주가 한국 남자프로골퍼들을 미국 무대로 안내하게 된 것이다.
◇한국프로골프사 30년만의 쾌거
최경주의 이번 쾌거는 새로운 천년을 미국에서 연다는 점 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골프 30년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한국은 지난 41년 연덕춘이 일본오픈을 석권한 뒤 꾸준히 세계정상을 노크했다. 그러나 68년 11월 프로골프협회(KPGA)가 설립된 뒤 수많은 선수들이 일본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미국무대에는 입성하지 못했다. 73년 한장상프로가 마스터즈에 초청됐고 이후 김승학프로와 최경주, 김종덕 등이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올시즌 최경주 프로가 정규투어 대회인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초청돼 공동 27위를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비쳤지만 PGA투어 풀시드 확보는 한국골프계의 영원한 숙제였다.
이런 측면에서 최경주의 풀시드 확보는 이제 장년으로 접어 든 한국프로골프계가 한층 성숙해졌음을 입증하는 증거다.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의 결실
사실 최경주는 이번 최종전에서 간신히 턱걸이했다.
길게는 13년전인 지난 87년 골프채를 처음 잡았을때부터, 짧게는 이번 최종전 마지막라운드 18홀 경기가 모두 역경과 위기, 상승과 반전이 이어진 한 편의 드라마였고 그뒤에는 모든 것을 이겨낸 최경주의 노력이 있었다.
가난을 극복했고 좌절을 넘어섰다.
이번 퀄리파잉스쿨 도전도 최경주 개인으로선 3번째다.
그동안은 번번이 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일본투어 상위권자 자격으로 최종전으로 직행한 올해도 여러차례 고비가 있었다. 3개월전부터 경인대 우찬명교수와 함께 체력 및 마인드 컨트롤훈련을 했고, 한달여전 미국으로 건너가 데이브 펠츠 스쿨에서 숏게임 집중훈련을 마친뒤 잭슨빌로 옮겨 유독 바람많은 때를 기다려 연습하는 과정은 겉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최경주 본인에게는 힘겨운 투쟁이었다. 고독,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의 싸움, 「한국인 최초」라는 부담감과의 전쟁이기도 했다.
◇위기와 반전으로 피말린 최종전
최경주가 풀시드를 따기까지의 과정을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최경주는 1, 2라운드에서 공동5위와 공동 3위로 잘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3라운드부터 퍼팅부진과 샷난조로 부진을 거듭해 탈락하는 위기까지 몰렸으나 마지막 라운드에 벌떡 일어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공동 49위로 출발한 마지막 라운드는 그야말로 자기 자신과의 대혈투였다.
10번홀부터 출발해 초반 퍼팅 안정으로 스코어를 잘 줄여가던 최경주는 13번홀에 이어 16, 17번홀에서 연속으로 볼이 홀을 스치자 흔들렸다. 스코어는 2언더파였지만 적어도 4언더파 이상의 성적을 내야한다는 조급함이 머리를 든 것이다. 결국 18번홀 티 샷이 벙커에 빠지며 보기. 순식간에 40위권밖으로 밀렸다. 후반 아이언 샷이 살아나며 버디 2개를 추가, 합계 8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길고 긴 싸움은 쉽게 최경주를 놓지 않았다. 9언더파가 35위라는 소문때문에 좌불안석, 2시간여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최경주는 PGA 커미셔너인 팀 핀첨의 축하를 받은뒤에야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경주는 6라운드를 앞두고 마이애미 장로교회에 찾아 『뿌린만큼 거둘 은혜를 달라』며 간절히 빌었다. 기도를 마친 뒤 최경주는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최경주는 이날 오후 미국PGA가 주최한 투어진출 환영파티에 참석했다. 이어 23일과 24일(현지시간) 투어데뷔에 따른 교육을 도랄 리조트코스에서 받을 예정이다. 또 26일 잭슨빌을 출발해, 28일 귀국하며 30일 일본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 골프계는 최경주의 이번 쾌거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프로골프협회 강영일회장은 『최프로의 쾌거로 내년부터는 남자골프계가 크게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승학KGM회장은 『김성윤 등 주니어골퍼들에게 큰 힘이 됐다. 모두 제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쾌한 드라이버 샷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최경주가 이제 미국무대에서 제2의 골프인생을 누리며 세계정상도전을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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