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화탄소(CO2)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표적 온실가스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년까지 450억톤의 CO2 감축을 전세계에 권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발전소∙제철소 등에서 대량의 CO2를 포집해 지하 심부나 해저에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기술개발에 한창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장기간의 CO2 저장이 지구환경 변화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두 곳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손을 잡고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신개념 CO2 처리기술 개발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자원연구실 송영훈 박사팀과 한국화학연구원 박용기 박사팀이 바로 그 주인공. 두 연구팀은 포집된 CO2를 저장하는 대신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기술연구회로부터 5년간 총 1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CO2의 화학전환반응에서 플라즈마와 촉매를 혼용함으로써 저온 공정을 구현하는 것. 송 박사는 "CO2와 천연가스를 반응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이뤄진 합성가스를 만들 수 있다"며 "현 화학공정 기술로도 이 합성가스를 휘발유나 경유로 변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촉매반응에 8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 비용과 설비투자가 필요해 기존 기술로 생산된 연료는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송 박사와 박 박사는 플라즈마를 이용할 경우 매우 낮은 온도조건에서도 화학반응 유도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각각 국내 플라즈마와 촉매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연구팀이 이 난제를 풀기 위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17년간 플라즈마를 활용한 유해가스 분해 연구에 주력해온 송 박사는 세계 최초로 진공 플라즈마를 이용한 반도체 공정가스 처리기술을 개발한 이 분야 대가다. 박 박사 역시 SK에 촉매기술을 이전하는 등 10년 이상 촉매 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해 촉매의 제조와 반응, 공정화에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송 박사는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플라즈마와 촉매반응을 동시에 일으키면 촉매만 활용할 때보다 수백도 낮은 온도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또 "박 박사와는 특정 분야의 한정된 지식만으로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의 이해와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플라즈마와 촉매를 동시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공정기술이 개발되면 CO2 재활용의 경제성을 대폭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의 상용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인 가치가 연간 수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