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소재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아웃도어 회사를 상대로 한 '다윗과 골리앗'의 특허 싸움에서 또 승리했다.
기능성 섬유 벤처기업인 벤텍스는 25일 세계 5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히는 컬럼비아스포츠웨어 본사가 벤텍스를 상대로 한국 특허법원(제4부)에 청구한 '특허 무효심결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4월 벤텍스가 컬럼비아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심판에서 특허 무효 판결을 내렸다. 컬럼비아는 즉각 이에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유지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무효심결 대상은 컬럼비아의 대표적인 보온 테크놀로지 '옴니히트(Omni-Heat)'로 소재 표면의 은색 점이 신체에서 발생한 열기를 반사해 따뜻함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컬럼비아의 '옴니히트'와 맞붙은 벤텍스의 '메가히트RX'는 지난 2013년 초 벤텍스가 자체 개발한 체열반사 소재로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겨울용 의류 안감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벤텍스가 메가히트RX를 출시한 직후 컬럼비아는 특허침해 경고장을 발송하고 해당 상품의 판매중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벤텍스는 침해가 아님을 입증하는 답변서를 보내고 같은해 4월 국내 특허심판원에 컬럼비아 특허(패너팅된 열 관리 재료) 무효 심판을 제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벤텍스 측 특허법인 이노는 10만여건의 자체 보유 섬유기술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영국의 동일한 특허자료를 확보하고 옴니히트 특허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두 차례의 재판에서 재판부는 '컬럼비아의 옴니히트 기술은 (특허의 성립요건인)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컬럼비아가 항소를 포기할 경우 옴니히트 관련 특허는 국내에서 효력을 잃게 된다. 이번 판결은 컬럼비아가 지난해 6월 벤텍스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한 특허침해금지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고경찬 벤텍스 사장은 "벤텍스는 발열섬유·냉감섬유·생체활성화섬유 등 다양한 기능성 소재 관련 특허를 70여개나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특허를 출원할 때마다 10만여건의 해외 유사특허를 조사한 후 철저한 분석을 통해 차별화된 특허를 출원해왔다"며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승소하면서 메가히트RX가 기존 체열반사 소재를 뛰어넘는 기술임을 입증한 만큼 세계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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