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중국 온라인 수출 길이 멀기만 하다. 일명 '천송이 코트' 논란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정작 다른 곳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액티브X'로 상징되는 결제방법도 문제였지만 중국 업체들이 제시한 기준에 맞는 국내 업체들을 찾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갑'이 된 중국 업체가 제시하는 문턱을 '을' 신세인 국내 업체들이 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 '천송이 코트' 수출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불투명한 통관정책과 저가로 한국 상품을 구입해 파는 중국 보따리상도 온라인 수출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여기에 중국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한 중국 결제업체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정부가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에 중소기업 입점을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중소기업들이 냉소하는 이유다.
22일 정부 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중소기업 전용 쇼핑몰과 알리바바그룹 쇼핑몰을 연계한 수출을 제안했다.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Kmall24'에 올라온 상품을 알리바바그룹 온라인쇼핑몰인 'Tmall'에 간단한 심사만으로 입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무역협회와 알리바바는 국내 기업이 Tmall에 직접 들어가려면 내야 하는 보증금과 기술유지 수수료 등 2,000만원을 Kmall24을 통하면 면제하기로 합의했다"며 "유지비 없이 판매수수료만 7% 내면 된다"고 말했다. Kmall24는 상품안내를 위한 중국어 번역이나 교환 및 반품 등 중국 소비자의 요구도 처리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Tmall에 입점할 수 있는 국내 중기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알리바바 측은 상품을 보증하기 위해 입점업체가 상표권을 등록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kmall24에 입점한 국내 중기 250곳 중 상표권을 등록한 업체는 50~60곳에 그친다. 이는 전체 온라인 판매업체 36만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통관과 보따리상 등의 문제가 먼저 풀려야 대중 온라인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이상 대중 무역거래를 해온 한 관계자는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중국의 통관은 규정이 모호해 같은 상품이라도 통관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며 "부가가치가 낮은 생활용품은 통관이 쉽고 전자 관련 상품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좀 더 근원적으로는 보따리상 문제도 거론된다. 온라인 판매에 중소기업이 소극적인 것은 오프라인 보따리상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한국 보따리상의 10배 이상 되는 구매력과 유통망을 가진 중국 보따리상이 헐값에 한국에서 물건을 사다가 중국 온라인 매장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팔고 있다"면서 "굳이 입점요건이 까다로운 Tmall보다 중국 보따리상을 통해 저가로라도 팔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익이 적은 것은 물론 가짜 상품도 쉽게 등장한다"고 전했다.
한중 온라인 상품거래를 중계하는 결제대행 부문에서 중국 업체가 우위를 점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알리페이 등은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물건을 살 때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제 서비스 사용자가 중국 관광객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안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결제대금은 국내 가맹점이 받는데 당국에 등록돼 관리받지 않으면 사고가 났을 때 보상해준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알리페이가 보안성 심사나 세금납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도 중국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알리페이 결제 방식을 이용한다. 중국 국적이 아닌 한국인도 회원가입과 실명인증만 하면 얼마든지 알리페이에 계좌를 터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품 구매대행 업체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원화를 입금하면 이를 위안화로 바꿔 알리페이 계좌에 충전한 후 이를 중국 판매자에게 결제하는 식"이라며 "비자나 마스터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수수료가 적고 교환이나 환불 절차가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Tmall에 중소기업이 입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부의 지원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8년에도 무역협회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알리바바를 통해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벌였다"면서 "그때도 통관 문제 등이 풀리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도 중국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통관 등의 문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해 풀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입점만 해도 홍보효과가 크고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각 중소기업이 경쟁력으로 뚫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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