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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조정시한 두달앞으로] 공무원들 "나 떨고있니?"
입력1999-02-03 00:00:00
수정
1999.02.03 00:00:00
「과거있는 사람들은 조심하세요」, 「나이가 유죄」.요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다. 정부 인력구조조정 시한이 3월말로 다가오면서 일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개인의 「전력」과 나이를 인력감축대상의 기준으로 고려하면서 과거가 있거나 나이 많은 공무원들이 떨고있는 것이다.
지각, 무단결근 등 근태상황과 과거 징계 여부는 물론이고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있는지까지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J시는 요즘 직원들의 과거 경력 조사에 여념이 없다. 퇴출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조사내용에는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청과 산하구청 공무원들이 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단행된 경찰청 인사를 앞두고 모 지방경찰청 역시 직원들의 호적등본을 떼는 등 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이는 승진대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옷을 벗길」 대상자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감급 간부 40여명이 옷을 벗었으며 이중 일부는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 빌미가 돼 퇴출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들의 업무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판단기준이 없기 때문. 보직순환이 잦다 보니 특정 업무에 대한 책임한계가 불명확하고 이때문에 개인에 대한 정확한 업무평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사과나 감사과 등 구조조정 실무를 맡고 있는 부서 직원들은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흠집」을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J시 관계자는 『구조조정 시한은 다가오는데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퇴출대상자를 선정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궁여지책으로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있는지조차 따져봐야 할판』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퇴출 기준 또한 업무능력과는 무관한 것이어서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바로 특정연령을 기준으로 이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라는 내부지침 때문. 이에따라 각 부처들은 「39년생」 「41년생」 등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이보다 나이많은 사람들을 퇴출 1순위로 삼고 있다.
정부 모부처 관계자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조직을 떠나라는 방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이제한에 걸려 퇴출대상인 공무원중 상당수는 특정분야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인데 이들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없이 도매금으로 몰아낸다는 것은 상식 이하라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구조조정이 조직 효율화라는 당초 목적과는 전혀 딴방향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한 직원은 『지금 정부 구조조정은 옥석을 가려내는게 아니라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분위기』라며 『이때문에 일부 젊은 공무원들은 업무에 대한 의욕을 잃고 전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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