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규모로 우리 경제의 '덫'으로 떠오른 경상흑자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지난 3월 104억달러 흑자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37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 사상 최장 기록(38개월) 경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은 3월 경상수지가 103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30억7,000만달러(41.9%) 늘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113억2,000만달러), 2013년 10월(111억1,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2012년 3월 이후 3년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해 '3저 호황'에 힘입은 사상 최장 기록인 38개월(1986~1989년)도 깰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에도 수출과 수입이 동반 추락하는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였다. 3월 상품 수출액은 495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8.4% 급락했다. 반면 수입액은 383억6,000만달러로 16.8%나 폭락했다. 이에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12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불황형 흑자는 환율 복원력을 붕괴시켜 경상흑자를 불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예컨대 정상적인 경제라면 경상흑자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 타격 및 수입 증가로 연결돼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구조적 내수 부진으로 환율이 하락해도 수입이 늘지 않아 경상흑자가 지속된다. 이는 추세적 원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에 직격탄일 뿐만 아니라 통상·무역 마찰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출 전선에 드리운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1·4분기 수출액은 1,355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1.2% 감소했다. 증감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4(-21.8%)분기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악이다. 그동안 "최근 수출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 때문"이라던 한은조차 이날 "자동차·디스플레이패널·가전 등 일부 주력 수출 품목도 감소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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