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경기지표가 호전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선까지 근접하는 강세를 보이자 차익 실현성 펀드환매가 또다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에 안착하면서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전까지 2,000선 부근에서는 어느 정도의 펀드환매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지난달 28일부터 12일까지 11일째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동안 환매된 자금은 1조1,111억원으로 신규 설정된 자금(5,458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11일간 5,653억원이 순유출된 셈이다. 외국인 자금유입에 따른 유동성 랠리에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타는 틈을 이용해 차익실현성 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들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으로 2조3,6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1,900~2,000 사이의 박스권에 있을 경우 저점에서는 돈이 들어오고 고점에서는 빠지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이후 국내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손실을 본 자금들이 남아 있어서 지수가 오르면 펀드에서 돈이 빠지고 반대로 지수가 빠지면 들어오는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증시가 2,000포인트에 안착하지 못한 채 지루한 장이 장기간 이어져왔기 때문에 2,000포인트라는 지수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환매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예 전고점(2,200포인트)을 뚫고 나가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전의 지루했던 환매-유입 패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지수가 현 상황에서 쉬지 않고 좀 더 오를 경우 환매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가 이어질 경우 투신권은 주식을 내다 팔 수밖에 없어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은 지난달 28일부터 14일까지 2,3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 치웠다. 이 기간 동안 단 4일만 소규모 순매수를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매도로 일관했다. 배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어서 펀드 환매에 따른 지수 하락 우려는 크지 않다"며 "다만 증시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투신이 매물을 내놓을 경우 개별 종목 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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