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동생이 4명이다. 바로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다.
신격호 회장은 특히 신춘호 회장과 현재 전혀 교류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씨는 ‘라면’이었다. 신춘호 회장은 일본 ㈜롯데 이사로 재직하던 1960년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면 사업을 시작했다. 1965년 아예 ‘롯데공업’을 차리며 기존 롯데의 라면 사업과 경쟁을 벌이자 형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신춘호 회장은 결국 롯데공업을 ‘농심’으로 개명하면서 롯데의 이름을 포기해야 했다. 지난 2010년에는 롯데마트가 롯데라면을 판매하면서 롯데와 농심 간의 ‘라면 전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막내 동생인 신준호 회장과는 지난 1996년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법정 소송을 치르며 사이가 벌어졌다. 이전까지 롯데칠성음료 대표, 롯데제과 대표 등을 지냈던 신준호 회장은 법정 싸움 이후 그룹의 요직에서 벗어났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취임했다. 롯데우유는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롯데그룹으로부터 완벽히 독립했다.
다만 신격호 회장과 남매들은 1세대인 만큼 갈등이 덜 했다. 재계 관계자는 “2, 3세대의 경우 친족끼리 서로 자신의 지분을 주장하며 극단적인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롯데 안팎에서는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갈등이 어디까지 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형제는 일본 명문인 아오야마가쿠인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롯데 바깥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하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두 형제의 갈등은 지난 2013년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 등 계열사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 두 형제는 지분율 차이를 1.4%로 유지해왔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신동빈 회장과의 격차를 1.38%포인트까지 줄이기도 했다.
1년여 후인 지난해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계열사의 각종 직책에서 물러나게 된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이사회를 열고 그를 대표이사직, 임원직에서 해임키로 한 것이다. 이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정이기도 하다.
이후 8개월여 만에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이번 쿠데타로 ‘집안 갈등’을 표출하고 말았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다소 불확실해 결과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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